‘최강’ 구호에 언제 우승으로 화답할까? 손혁 단장에 물었다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2024. 2. 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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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했다. ‘그들은 언제 우승을 할 것인가’ 하는 팀이 있다. 25년 전 우승한 한화 이글스다. 한화 이글스의 손혁 단장을 인터뷰했다.
손혁 프로필 ▪LG 트윈스(1996-1999) ▪해태-KIA 타이거즈 (2000-2002) ▪두산 베어스(2003-2004) ▪볼티모어 오리올스 AAA (2007) ▪한화 이글스 투수 인스트럭터(2009)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2015-2016) ▪SK 와이번스 투수코치(2018-2019) ▪키움 히어로즈 감독(2020) ▪한화 이글스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2022) ▪한화 이글스 단장(2023~) ⓒ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에서 2023년은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숙원이 풀렸다.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언제 우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붙는 팀들이 있다. 한화 이글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25년 전인 1999년이 마지막 우승 시즌이다.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은 딱 다섯 번. 꼴찌는 여덟 번이나 했다. 최근 16시즌 동안 가을야구는 딱 한 번 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 왼손투수 류현진도, KBO리그 통산 최다승 감독(김응용)과 2위 감독(김성근)도 한화 팬들에게 우승을 안기지 못했다. 지난해 한화의 순위는 9위. 독수리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구단 전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손혁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은 무슨 일로? 설마 류현진 영입?
설마. 지금 오키나와에 있을 텐데(류현진은 1월8일부터 한화 투수 장민재·남지민·김기중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2025년 대전에 새 구장이 문을 연다. 새 구장에 생체역학 장비를 갖춘 피칭랩(Pitching Lab)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래서 드라이브라인 등 미국 피칭 아카데미들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해 한화는 9위였지만 앞 시즌보다 12승을 더 거뒀다. 희망을 본 셈인데, 올해는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강이 목표다. 힘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약하다는 생각에 빠져선 안 된다. 더 강해질 수 있는 팀이다. 류현진은 올해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이 돌아왔을 때 지금보다 더 좋은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

단장으로서 오프시즌에 어떤 준비를 했고, 하고 있나.
강한 팀이라면 꾸준하게 쳐줄 수 있는 타자가 다섯 명은 있다. 우리는 일단 네 명부터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노시환이 있고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로 채은성을 데려왔다. 이번 겨울엔 안치홍을 영입했다. 그리고 외국인 타자까지 네 명이다. 안치홍은 클러치 능력이 있고 상황에 맞춰 생각하는 타격을 할 줄 아는 베테랑이다. 여기에 지난해 부진했던 정은원과 신예 문현빈이 분발해주면 여섯 명까지 늘어난다. 정은원은 병역의무 수행을 한 해 미루며 재기 의지가 강하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서 코칭스태프 평가가 좋았다.

지난해 10월10일 NC와의 경기에서 한화 노시환이 안타를 친 뒤 2루에서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시즌엔 운도 나빴다. 외국인 선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가 가장 낮은 팀이 한화였다.
단장 책임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고심이 컸다. 투수 쪽은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모두 재계약했다. 좋은 투수들이다. 페냐는 실적이 있고, 산체스는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27세) 왼손이다. 지금 미국에도 좋은 투수가 드물다. 다른 후보들도 있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스플릿 계약을 한 투수도 있고, 한 투수는 일본 구단과 계약했다.

지난 시즌엔 외국인 타자 두 명이 모두 부진했다.
새로 영입한 요나탄 페를라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지켜봤던 선수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트리플A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올해 스프링캠프 초청을 제안했지만 한국행을 택했다.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삼성에서 뛰었던 호세 피렐라가 KBO리그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

야수 포지션 변화는 있나.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스프링캠프 결과로 최원호 감독이 결정할 것이다. 2루수 정은원은 미야자키에서 외야 수비 훈련을 했다. 정은원 외에 안치홍과 문현빈도 2루수를 맡을 수 있다. 유격수 포지션에는 지난해 주전 이도윤과 하주석이 경쟁한다. 하주석은 대전구장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원래 수비가 좋은 선수다. 좀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기대한다. 외야에는 페를라사와 김강민이 새 얼굴이다.

마운드는 어떻게 짜이나.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두 명과 문동주가 붙박이다. 2021년 14승 투수 김민우는 지난해 부진했다. 이번에 미국에 동행했다. 드라이브라인에서 개인 훈련을 할 것이다. 호세 로사도 전 코치(올해 뉴욕 메츠 불펜 코치를 맡는다)가 드라이브라인과 인연이 있다. 김민우의 이번 훈련에 도움을 줬다. 스프링캠프에서 상태가 좋아지면 4선발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5선발은 여러 투수가 경쟁한다. 김기중·김서현·남지민·황준서 등 좋은 유망주가 많다. 베테랑 이태양은 선발과 구원을 모두 맡아줄 수 있는 투수다. 불펜은 지난 시즌 향상됐다. 올 시즌엔 경기 후반을 책임질 투수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화에 강속구를 던지는 젊은 투수가 많다. 이들의 성장이 중요할 텐데.
최근 일본 투수들이 워낙 좋다. 미야자키에서 살펴보니 과거보다 몸이 커졌더라. 체력과 투구 훈련도 더 과학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 투수들의 신체 조건은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체계적인 코칭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트랙맨, 랩소도 등 여러 측정 장비를 설치했지만 현재 대전 구장 시설로는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새 구장에 피칭랩 설치를 검토하는 이유다. 지금 젊은 선수들은 회전수나 무브먼트 등 데이터에 익숙하다. 전략팀과 코칭스태프에서 선수의 질문에 답을 해줘야 한다. 그런 준비는 해왔다.

2022년 시즌 뒤 FA 선수 5명과 계약했다. 이번에는 내부 FA 장민재와 롯데에서 뛴 안치홍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 자유계약으로 풀린 이재원을 영입했다. 2년 연속 수적으로 베테랑을 늘린 게 특징인데.
지난해 8연승도 했지만 부진에 빠지면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세 시즌 주전으로 풀시즌을 소화한 야수가 채은성·노시환·정은원 세 명뿐이라는 게 이유 중 하나다. 팀이 흔들릴 때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김강민의 역할에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재임(2015~2017) 때 베테랑이 크게 늘었고, 이후 빠르게 젊은 팀이 된 구단이다. 변화가 급격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2021년부터 팀을 맡은 이유다. 여러 선수가 1군에서 새로 기회를 얻었다. ‘실패할 자유’를 부여했고, 실수가 나와도 칭찬했다. 하지만 이 시기가 너무 길어져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베테랑들이 나간 자리를 차지했다면 그 자리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단장으로 가장 신경을 쓴 점은 포지션별 경쟁 체제 확립이었다.

3루수 노시환은 지난해 리그 타자 가운데선 MVP였다. 어떻게 가능했나.
재능과 성품이 모두 좋은 선수다. 예의 바르면서도 성취욕이 있다. “채은성 선배 도움이 컸다”라고 말한 인터뷰를 봤다. 원정 숙소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아침마다 노시환과 채은성을 봤다. 표정이 피곤한 날도 있었지만 보이지 않은 날이 없었다.

‘베테랑의 역할’인가.
경기장에서 플레이한 결과인 성적 숫자로만 판단해서 안 된다. ‘베테랑의 좋은 영향력’이라는 건 생각보다 크다. 팀은 코칭스태프의 간섭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경기에서 실책이 나왔을 때 동료 탓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베테랑의 역할이다. 메이저리그 우승 단장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승에 대해 공통적으로 “좋은 베테랑이 있었다”라고 하더라. 좋은 야구선수가 되는 건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걸 야구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강한 팀이 된다.

강속구 투수 문동주는 2년 차이던 지난해 8승을 거두며 성장했다. 120이닝 제한을 걸었는데 올해는 어떤가.
제한은 없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에서 선발투수가 한 경기에서 120구씩 던지지는 않는다. 선발 등판당 100구 정도일 것이다.

지난해 8월6일 KIA와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가 4회에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동주는 아시안게임에선 국가대표 에이스 역할까지 했는데.
아시안게임은 문동주가 큰 도약을 할 계기라고 본다. 나는 현역 시절이 길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뛰어봤다(2시즌 7경기). 포스트시즌 마운드는 두근거렸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타자도 긴장하더라. 페넌트레이스 때라면 쳤을 공을 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던져보자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흔히 포스트시즌 한 경기는 정규시즌 몇 경기와 같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더 많은 준비를 해서 치른다. 준비를 하고 이를 실전에서 풀어내는 경험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 프로야구 리그에서 단골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팀이 있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문동주도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는 썩 좋지 않았지만 결승전에선 거의 완벽했다.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끝난 뒤에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한다. 대회 뒤 “컨디션이 나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느꼈다”라고 말하더라.

한화 팬들은 기다림이 길었다.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 최선을 다해 1~2년 안에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변함없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한화 팬은 어떤 분들인가.
경기장에 더 오래 남아 더 크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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