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300] 웡카 초코, 샬라메 매직

손정빈 기자 2024. 2. 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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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째주 신작과 최근 개봉작을 소개한다.

이번 주에 소개할 신작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웡카'와 '추락의 해부' 두 편이다.

'웡카'가 온 가족이 함께 볼 때 더 좋은 영화라면, '추락의 해부'는 혼자 봐야 할 것 같은 영화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는 한 남자가 3층 집 꼭대기에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네 차례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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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2월 첫째주 신작과 최근 개봉작을 소개한다. 이번 주에 소개할 신작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웡카'와 '추락의 해부' 두 편이다. '웡카'가 온 가족이 함께 볼 때 더 좋은 영화라면, '추락의 해부'는 혼자 봐야 할 것 같은 영화다. '웡카'가 환상적이라면, '추락의 해부'는 너무 현실적이다.

◇티모시 샬라메의 마법…웡카


이 영화를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영화도 흔치 않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 손색 없고, 데이트 무비로도 나쁘지 않다. '패딩턴' 시리즈를 만든 폴 킹 감독의 터치가 인상적인 작품인데, 결국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건 바로 이 배우의 매력이다. 티모시 샬라메.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우수에 찬 윌리 웡카라는 이 몽상가를 관객에게 설득할 배우는 샬라메 외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노래하고 춤추며 관객을 홀린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웡카의 초콜릿을 직접 맛 본 기분이 든다.

◇진실은 스토리다…추락의 해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는 한 남자가 3층 집 꼭대기에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네 차례 해부한다. 먼저 그가 죽은 이유를 추리하고, 다음엔 이 죽음에 얽힌 한 가족의 내밀한 관계를 파고 들어가며, 이번엔 진실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이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엔 스토리텔링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확장해 간다. 정말이지 야심으로 가득하고, 그 야심을 실현할 능력도 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뺴어난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진짜 어른의 진심 어린 충고…나의 올드 오크


'나의 올드 오크'는 연대에 관해 얘기한다. 물론 어떤 이들에겐 이 얘기가 새삼스러울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숱하게 언급되는 단어이니까. 켄 로치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고 호소한다. 고단한 삶을 버텨나가는 방법,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힘을 모으는 것 외엔 없다고. 연대 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혹시나 희망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을 연대 밖에서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혐오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 시대에 노장의 직설은 유난히 절절해 보인다.

◇김대중이라는 울림…길위에 김대중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좋게 말하면 정공법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촌스럽다. 이 작품에서 형식적 재미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대신 김대중이라는 사람이 모든 걸 만회한다. 이 작품은 청년 김대중이 정치에 투신한 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의 삶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김대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본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혐오와 증오로 물든 2024년 정치판에 김대중 같은 사람 한 명이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연민도 희망도 없이…노 베어스


대가의 솜씨란 이런 게 아닐까. '노 베어스'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 개인의 이야기이고, 이란 사회에 관한 이야기이며, 영화예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세 가지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한 편의 영화가 된다. 게다가 이 냉철한 현실 인식은 또 무어란 말인가. 어떤 자기 연민도 어떤 희망도 없는 이 영화의 시각은 관객의 머리를 서늘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냉소로만 채워져 있는 건 아니다. 명확한 현실 인식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첫 걸음. '노 베어스'를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자파르 파나히에 관해 알고 가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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