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좌고우면’ 이재명…“명분도 리더십도 다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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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잃는 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향방을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한 것을 두고 1일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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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잃는 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향방을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한 것을 두고 1일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당원 투표에 맡기기로 하면서, 정치적 명분도 리더십도 모두 잃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과 그해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거듭 ‘비례민주주의 강화’를 비롯한 정치 개혁을 약속해왔다. 하지만 당내에서 첨예한 논쟁이 거듭되던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했다. 야권에선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에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소수 정당도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가져갈 수 있는데, 병립형에선 거대 양당에 더 많은 의석이 쏠리기 때문이다. 준연동형은 전체 의석 300석을 각 당의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 뒤 지역구 당선자 수가 그에 못 미치는 당에 비례대표로 일부 채워주는 반면, 병립형은 지역구 당선자 수와 무관하게 비례 47석만 정당득표율로 나눠 배분하는 탓에 나눌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작다.
이후 민주당에선 이 대표가 ‘준연동형으로 기울었다’는 말이 나오는 등, 이 대표는 최근까지도 선거제를 두고 좌고우면을 거듭해왔다. 그러고도 자신의 ‘결단’ 대신 ‘당원 뜻’으로 결정을 미뤘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민주당의 총선 승리만이 목적이라면 2020년 위성정당 창당을 결정한 이해찬 대표처럼 이 대표도 당의 최대 이익을 위해 (지금처럼 시간을 끌지 않고) 병립형 비례제를 택했을 거다. 하지만 대선에서 재야·시민사회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하는 처지인지라, 이들이 만류하는 병립형으로 회귀하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준연동형 유지를 전제로 야권이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던 본인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내 비주류들 사이에선 “민주당 단독 위성정당이든 야권 연합정당이든 이 대표가 직접 비례대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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