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석포제련소 비극… 사법리스크↑ 영풍그룹 '사면초가'

이한듬 기자 2024. 2.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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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위기의 영풍그룹] ①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전사고로 11명 숨져

[편집자주]영풍그룹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인명사고와 환경오염 문제가 끊임없이 재발하고 있어서다. 사정당국의 수사와 처벌, 국회의 질타에도 여전히 비극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포제련소를 폐쇄하고 영풍그룹 오너인 장형진 고문을 직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23년 12월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 회원들과 영풍석포제련소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석포제련소 노동자의 비소 중독 추정 사망사건과 관련해 제련소 폐쇄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글 쓰는 순서
①반복되는 석포제련소 비극… 사법리스크↑ 영풍그룹 '사면초가'
②끊임없는 환경오염… 시민단체 "석포제련소 폐쇄해야"
③영풍의 안전불감증 '오너 책임론'… 법 취지 살려야

지난해 말 맹독성 가스 노출로 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를 향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석포제련소에서 인명사고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커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비소 중독 사고로 4명이 사상한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관할 경찰·검찰·노동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6일 석포제련소에서 정련 과정 중 발생한 비소 중독 사고로 근로자 4명이 복통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숨진 근로자 몸에서는 치사량(0.3ppm)의 6배가 넘는 2ppm의 비소가 검출됐다.

회사가 근로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근로자는 당시 유해가스를 차단하는 방독 마스크 대신 먼지 차단 기능만 있는 방진 마스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석포제련소는 '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영풍그룹이 보유한 공장이다. 아연광석과 코크스를 혼합해 황을 제거한 뒤 용광로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 높은 아연을 생산하며 이 과정에서 비소,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여러 유독물질이 발생한다.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보호장구를 착용하게 하고 가스경보기나 감지기를 비치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고 작업하는 동안 방진 마스크만 줬다"고 주장했다.

사정당국은 이번 사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경상북도경찰청은 지난 1월4일 서울 강남 영풍그룹 본사와 경북 붕화 석포제련소 현장 사무실 및 하청업체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 사진=뉴스1 김대벽 기자
이어 같은달 9일에는 영풍 법인과 박영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배상윤 영풍 석포제련소장과 하청업체 대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17일에는 대구지방검찰청이 또 다시 석포제련소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머니S 취재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관련기사 : [단독] 대구지검, 영풍 석포제련소 압수수색… 커지는 사법리스크) 특히 이번 대구지검의 압수수색은 비소 중독과는 별개의 비위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풍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는 이번 비소 노출 이전에도 수차례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반복돼온 곳이다. 안동환경운동연합과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올해까지 영풍제련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모두 8건이며 근로자 11명이 숨졌다.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유독물질로 질병을 얻어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22일 서울행정법원은 영풍 석포제련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진모씨의 백혈병이 직업관련성이 있는 '산업재해'라고 판결했다.

진씨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7여년(2011년 1~7월 제외) 동안 제련과정에서 발생한 불순물 찌꺼기를 긁어내는 일을 했다. 현재 1심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면서 상소심에서도 산재를 인정받을 지 주목된다.

환경단체와 지역사회는 석포제련소의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원회,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석포제련소는 사람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공장"이라며 "유관공단지역으로 공장을 옮겨 안전하고 깨끗한 첨단시설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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