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진료 금지' 예고에 동네병원 쇼크…"핵폭탄 맞았다"

백영미 기자 2024. 2.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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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 주수입 개원가 '수입감소'
"의약분업·원격의료 능가 핵폭탄급 규제"
"개원가 유입 막아 필수의료 늘리려 해"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2.0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지난 1일 비급여 관리 강화가 포함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후 후폭풍이 일고 있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각종 규제로 개원가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의약분업이나 원격의료와는 차원이 다른 '핵폭탄급' 규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 제도는 수가(의료행위 대가)가 낮은 국내 의료 환경에서 의료기관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개원가의 경우 비급여 진료비가 주 수입원이다 보니 비급여 관리가 강화되면 수입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하나로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과잉진료 우려가 큰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 진료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를 보고 받고, 비급여 목록 정비·표준화 및 정보공개 확대를 통해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개원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필수의료 패키지는 인위적으로 개원 진입 장벽을 높이고 각종 규제로 개원가를 비롯한 의료 환경을 황폐화시켜 의사들을 반강제적으로 고위험 고난이도 저보상 진료 영역으로 몰아 넣으려는 단군 이래 최악의 보건의료 망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계가 투쟁으로 맞섰던 의약분업이나 원격의료와는 차원이 다른 '핵폭탄' 급의 중대 사안으로서 1000명, 2000명까지 언급되고 있는 의대증원보다도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면서 "국민의 건강이나 국가의 미래에 대한 걱정 이전에 당장 스스로와 가족들의 생존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급여 관리 강화는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내과 원장은 "비급여 항목은 가격과 기준이 정해져 있는 급여 항목과 달리 시장의 논리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되고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장비, 환자의 상태나 치료방식 등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달리 책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특수성을 무시한 채 비급여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의료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원인인 의료사고 부담 완화, 낮은 수가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보다 각종 규제로 개원가 유입을 차단해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필수의료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특성상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업무 강도도 높아 의료사고 부담을 낮추고 수가도 올려야 하는데, 이런 유인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제한적으로 적용돼 필수의료 살리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라는 특례법 도입 취지를 적극 고려하고, 안정적인 필수의료 환경 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 및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환자 집중 문제 해소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이 빠져 '앙꼬없는 찐빵' 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환자 흐름 조정 체계가 빠졌다"면서 "환자가 의료진의 판단과 별개로 마음대로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으로 가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병원을 옮길 경우 전원 보내는 의사, 전원 받는 의사, 환자 3자가 합의 후 전원을 보내고, 전원 보내는 의사의 중재 노력을 의료 수가로 보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수가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밝힌 건강보험 재정 투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 적립금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를 기록하고, 2028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의협은 "기존 건강보험재정을 재분배하는 수준의 보상체계 조정이 아닌, 별도의 기금을 설치·운영해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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