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절대 안 판다”는데 재매각설 왜… 지금 SM엔터에 무슨 일이
하이브·美 MGM·에프앤에프, 시장서 인수자로 거론
최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재매각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곳은 엔씨소프트.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에스엠을 1년도 채 안 돼 되판다는 소식에 시장이 요동쳤지만, 카카오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SM엔터의 재매각설은 이미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인수자 후보 중 하나일 뿐이다. 엔씨 외에도 지난해 카카오와의 맞대결에서 패한 하이브, 패션 업체 에프앤에프, 미국 MGM까지 인수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에 관심 있는 곳이 8~9개사나 된다는 설도 있다. 카카오가 재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부인함에도, 시장에서는 제안을 받았다거나 검토한 바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8~9개 SI·FI가 관심”… 창업자 이수만까지?
2일 IB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SM엔터 인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카오와의 맞대결에서 패한 하이브가 대표적이다. 방시혁 의장이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 SM엔터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 의장이 자기가 직접 나서는 건 모양새가 안 좋으니 FI들에 같이 하자는 식으로 사석에서 제안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MGM의 경우 과거 SM엔터와 공동으로 K팝 오디션을 추진했던 인연이 있으며, 최근 카카오 측에 SM엔터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가 직접 미국까지 가 MGM 관계자를 만나고 왔다는 설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카카오엔터는 부인하고 있다.
의류 업체 에프앤에프 역시 SM엔터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에프앤에프는 매 분기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에프앤에프는 지난해 초 자회사 에프앤에프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K팝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SM엔터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업계 톱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다.
이번에 카카오를 인수한다고 지목된 엔씨소프트는 K팝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 대표의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주축이 돼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사업을 SM엔터 계열사 디어유에 양도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엔씨소프트는 SM을 인수할 만한 돈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엔씨소프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100억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선 SM엔터 지분 14.8%를 하이브에 매각했던 이수만 창업자가 재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가 SM엔터를 상대로 냈던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신청을 최근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열람 대상은 작년 2~8월 이사회 의사록과 첨부 자료다. 경영권 분쟁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재인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수만 창업자가 지분 매각으로 인해 거액의 양도세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창업자의 지분 양도세는 회사 설립 시 출자한 액면가(500원)를 취득 가격으로 보고 책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이 창업자의 양도세는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주식 매각 대금 4228억원에서 양도세를 내고 나머지를 전액 보유하고 있다 해도 SM엔터 지분을 되사올 수준은 안 된다.
◇ “빈 살만 펀드, 어떤 형태로든 압박 넣었을 가능성도”
그렇다면 반대로, 카카오는 왜 힘들게 인수한 SM엔터를 팔려고 하는 것일까. 일단 카카오가 SM엔터를 ‘진짜로’ 매각하려는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복잡한 대내외 사정 때문에 혹시나 하고 매물로 내놓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는 카카오는 SM엔터를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카카오엔터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기업을 키우거나, 아니면 재매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M엔터를 판다면, 카카오엔터와 함께 통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SM엔터를 뺀 카카오엔터는 기업가치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빈 살만 펀드’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초 빈 살만 펀드로 불리는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관광청으로부터 11조3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고 1조2000억원을 투자받았으며, 그 돈으로 SM엔터를 인수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SM엔터는 카카오 품에 안긴 뒤 보여준 것이 없다”면서 “사우디 PIF가 투자 당시 걸었던 상장 조건 등을 카카오엔터가 이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어떤 형태로는 압박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카카오엔터는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상장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SM엔터 인수전 당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엔터 김성수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은 전날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으며, 가까스로 구속을 면했다.
카카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배재현 카카오 투자 총괄 대표가 보석으로 나온 뒤에나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다. 배 대표는 지난 20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공범, 즉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대한 수사를 완료하고 기소를 해야만 배 대표의 보석이 허가받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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