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굳히는 우오현 막내아들… SM그룹 장악력 커져
1988년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건설업체에서 출발한 SM그룹은 지난해 기준 해운업, 제조업, 유통업 등을 영위하는 61개 회사를 거느리고 16조원대(공정자산 기준) 자산을 보유한 재계 30위권의 기업 집단이다.
재계에서 인수합병(M&A)의 마법사로 불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그의 막내 아들 우기원 SM그룹 해운부문장(부사장)에게 착실히 승계 준비를 시키고 있다. 우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안으로 그룹의 양대 지주사격인 삼라와 삼라마이다스의 주식을 모두 확보하며 확고한 후계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우 부사장 등 유족은 오는 3월말까지 모친 고(故) 김혜란 이사가 보유했던 삼라(12.31%), SM스틸(3.24%), 동아건설산업(5.68%)의 지분 등에 대한 상속 재산에 대한 세금 신고 및 납부 절차를 마쳐야 한다.
고인은 지난해 9월 19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에 사실혼 관계였던 우 회장과 사이에 둔 우건희 코니스 대표 및 우 부사장은 고인이 보유했던 지분 등을 상속하게 됐다. 현행법상 상속인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 부사장 등은 3월말까지는 상속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우 부사장은 우 회장(68.82%)과 삼라희망재단(18.87%)에 이어 삼라의 3대 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삼라는 SM하이플러스(4.2%), SM인더스트리(47.7%), KL홀딩스(32.4%), SM상선(29.1%), 우방토건(15%), SM중공업(19%), SM신용정보(20%), SM스틸(30.1%), 남선알미늄(30%), 울산방송(30%) 지분을 보유해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이 되는 회사다.
우 부사장은 우 회장 슬하 5남매 중 막내이자 유일한 남성으로 이미 삼라마이다스의 지분 25.99%를 보유하고 있다. 삼라마이다스의 나머지 지분 74.01%는 우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우 부사장이 삼라마이다스 지분을 처음 보유하게 된 지난 2021년 그룹 승계구도가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라마이다스는 동아건설산업(48.5%), SM화진(72%), 신촌역사(99.9%), SM상선(41.4%), SM벡셀(39.7%), STX건설(100%), 우방(18.7%) 등 주력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우 회장은 1996년 삼라마이다스를 설립해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라마이다스가 지난 2021년 우 부사장의 개인회사 ‘라도’를 흡수합병하면서, 우 회장 부자는 삼라마이다스 지분을 나눠 갖게 됐다.
우 회장 부자는 이 과정을 증여 절차가 아닌 개인회사 간 합병으로 진행해 우 부사장은 증여세 부담 없이 경영권 승계의 첫발을 뗄 수 있었다. 1992년생인 우 부사장이 만 22세였던 2014년 설립된 라도는 우방건설산업, SM상선 등 그룹 건설사의 자금 지원 및 분양 대행을 통해 실적을 쌓았고 2016년 SM그룹이 동아건설산업을 인수할 때 우방건설산업과 함께 공동인수자로 나서면서 덩치를 키웠다.
우 부사장은 2022년 11월부터 SM상선, 대한해운 등 SM그룹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인 해운부문을 총괄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의 미주·아주 컨테이너 노선을 인수한 SM상선은 2022년 1조8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벌크선, 가스선, 유조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해운은 이 기간 영업이익이 2676억원이었다.
우 부사장을 제외하고 우 회장의 가족 중에 삼라와 삼라마이다스의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없다. 우 회장의 법적 배우자인 본처 심 모씨와의 사이에서는 장녀 우연아 전 삼환기업 대표, 차녀 우지영 태초이앤씨 대표, 3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 등 세 딸이 있지만 이들은 지주사격인 회사의 지분은 보유하지 못했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법적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 자녀 간의 대결 구도가 자주 회자된다. 특히 차녀 우지영 대표와 우기원 부사장 간의 신경전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지영 대표는 SM그룹 건설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태초이앤씨가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건설사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 인수를 앞두고 있다.
1970년대 호남권에서 양계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우 회장은 SM그룹을 재계 서열 30위로 키웠다. 우 회장은 1988년 삼라건설을 설립하고 1990년대 주택 건설 경기 붐에 올라타 성공의 틀을 마련했다. 건설업은 2016년 동아건설산업, 2017년 경남기업, 2018년 삼환기업, 2022년 STX건설 인수까지 이어지는 그룹의 모태다.
SM그룹은 2000년대 들어 제조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사세를 키웠다. 2005년 벡셀(SM벡셀)을 계열사로 편입하고 2006년 남선알미늄, 경남모직, 티케이케미칼도 그룹 식구로 받아들였다. 2011년 고속도로 통행료용 카드사업을 하는 하이플러스카드(SM하이플러스)를 인수한 뒤, 2012년 서림하이팩, SM중공업, 케이티세라믹도 잇달아 계열사로 편입했다. 2020년 SM화진, 작년엔 국일제지도 인수했다. 최근에는 SM벡셀과 SM화진 등을 통해 차부품 관련 사업으로의 확장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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