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냈던 신한투자증권, 한화 회사채 주관사단에서 빠졌다

한화 회사채 발행 재추진... 신한투자증권 주관 포기
발행 전날 금리 확정하는 구조적 문제 지적도

실수로 발행 금리를 잘못 적어 회사채 발행이 취소된 한화가 주관사단을 다시 꾸려 자금 조달에 나선다. 발행 금리를 잘못 적은 신한투자증권은 빠지기로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관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 2017.12.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주관사단을 다시 꾸려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달 중순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대표 주관을 맡았던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그대로 참여한다. 그러나 증권신고서를 잘못 써 문제를 일으켰던 신한투자증권은 주관사, 인수단에서 모두 빠지기로 했다.

지난달 26일 한화는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채권 상장까지 마쳤지만, 당일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수요예측을 거쳐 확정된 발행 금리와 다른 숫자가 증권신고서에 기재됐기 때문이다. 잘못된 금리로 채권이 상장되면서 거래도 멈췄다. 당시 공동 대표 주관사 중 증권신고서 작성 업무를 맡은 신한투자증권이 발행 금리를 잘못 쓰면서 회사채 상장 후 당일 철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아뿔싸, 오타 하나 때문에...” 한화, 회사채 발행 취소하고 신고서 제출부터 다시 진행)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은 캡티브 영업을 내세워 회사채 대표 주관 실적 기준 4위로 올라섰다. 그룹 계열사인 신한은행 등 캡티브 물량을 내세워 주관 실적을 따냈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악재가 터진 것이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가 회사채 주관 딜을 따낼 때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증권사 간 영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관행이라고 한다. 신한 외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영업한다.

신한투자증권이 한화 회사채 발행에 손을 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수백억원씩 투자금을 마련해 놓았다가 취소된 거다 보니 날아간 기회비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신고서에 발행 금리를 잘못 쓰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 주관사의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다른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오타는 흔히 있는 일”이라며 “이번에 파장이 컸지만, 신한투자증권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화 회사채 발행에서 발생한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주관사, 인수단에서 모두 빠지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두고 다른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다시 회사채를 찍을 때까지 금리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는 거여서 문제를 일으킨 신한투자증권이 배제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회사채 발행 전날 발행 금리를 확정하고,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최소 이틀 전 발행 금리를 확정한다면, 실수로 틀리더라도 증권신고서 제출 전까지 수정할 여유가 있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화의 회사채 발행 취소 이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로 ‘출혈 경쟁’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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