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같은 정보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신재우 기자 2024. 2.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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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보라의 새 연작소설집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래빗홀)는 소제목부터 해양 생물로 가득 차있다.

작품 속 문어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고 집요하게 외치고, "세상은 왠지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고, "혼자서 대항할 방법이 없다. 속상하다"며 작가도 근심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263~266쪽)는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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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사진=래빗홀 제공) 2024.02.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소설가 정보라의 새 연작소설집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래빗홀)는 소제목부터 해양 생물로 가득 차있다.

작가 본인이 살고 있는 바다 도시 포항의 풍경과 함께 가족, 이웃, 친구와 닮은 인물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이 책은 강사법 개정과 팬데믹 이후 대학에서 비정규직 강사들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사태를 배경으로 한 '문어'에서 시작된다. 한밤중 대학 본관에 나타난 문어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고 엄숙하게 외치지만, 농성 천막을 홀로 지키던 위원장님은 잠결에 이 문어를 잡아 라면에 넣어 먹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나는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나의 천직이었다. 학생은 선생이 없어도 스스로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학생이다. 그러나 선생은 학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학생들을 사랑했고 강단을 사랑했고 교육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었다. 그것이 내 존재의 의미였다. 그러므로 싸워보지도 않고 학교가 원하는 대로 조용히 사라져줄 수는 없었다." (수록작 '문어' 중에서)

대학 내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냈던 저자의 경험부터 노동, 장애, 기후 등의 시위에 참여했던 2020년대, 남편을 만나 사랑하게 된 시절의 흔적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우주 해파리'와 같은 미지의 존재가 등장해 다시 한번 현실과 SF의 경계를 오간다.

작품 속 문어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고 집요하게 외치고, “세상은 왠지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고, “혼자서 대항할 방법이 없다. 속상하다”며 작가도 근심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263~266쪽)는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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