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적힌 표지판 차에 달고 활보…대법 "공기호 위조 아니다"

1·2심 "'검찰공무수행 차량' 오인하게 만들어"
대법 "업무 관련성 드러낼 뿐 증명 기능 없어"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검찰 로고와 마크는 검찰 업무와의 관련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뿐 구체적인 증명 기능이 없어 '공기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기호는 공무원 또는 공무소가 대상물의 동일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자 또는 부호를 말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기호위조, 위조공기호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1월 초 검찰 로고와 마크가 들어간 주차 표지판과 승용차번호 표지판, '공무수행 중' 표지판 등 총 3개를 온라인에서 구입했다.

표지판에는 검찰 업무표장 아래에 '검찰' '검찰 PROSECUTION OFFICE' '검찰 공무수행' 등의 문구와 자신의 휴대폰 번호, 승용차 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이들 표지판을 승용차 앞 뒤에 붙인 채 2020년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경남 창원이 일대를 돌아다녔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표지판을 붙여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하기 충분한 만큼 '공기호'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일반인이 표지판 부착 차량을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다 해도 검찰 업무표장이 증명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이상 이를 공기호라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했다.

대법원은 "표지판에 사용된 검찰 업무표장은 검찰 업무 전반 또는 검찰청 업무와의 관련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표장을 붙인 차량에 '검찰 공무수행 차량'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능이 있는 등 증명 사항이 구체적으로 특정됐다거나 그 사항이 검찰 업무표장으로 증명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공기호위조, 위조공기호행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표지판에 사용된 검찰 로고와 마크 등이 검찰 수사, 공판, 형의 집행, 대외 홍보 등 검찰청의 업무 자체 혹은 업무와의 관련성을 증명하기 위한 부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차량에 표지판을 부착한 만큼 다른 사람이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잘못 알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이에 A씨는 "제품 구매에 불과하며 따로 제작한 것이 아니므로 위조한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완제품을 단순 구매한 것이 아니라 표지판에 넣을 마크를 고르고 판매자에게 개인 휴대폰 번호와 차량번호를 표지판에 새기도록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역시 "표지판이 부착된 차량은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