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대우에 걸맞는 역대급 멘탈, 이정후는 자신감과 함께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안형준 2024. 2.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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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영종도)=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지수진 기자]

이정후가 역대급 대우에 걸맞는 역대급 멘탈과 함께 메이저리그로 향한다.

지난 12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2월 1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아직 스프링캠프 소집까지는 2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이정후는 일찌감치 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로 향했다. 새 무대에서 첫 시즌인 만큼 적응을 위해 미리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구단으로부터 구단 훈련 시설의 사용 허가까지 받은 이정후는 캠프 시설에 대한 적응에서부터 시즌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정후는 출국에 앞서 "매년 팀원들과 함께 출국하던 캠프를 혼자 이렇게 나가니 얼떨떨하고 기분도 묘하다"면서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사실 2주 전에 출국했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다. 이제 따뜻한 곳에서 야외에서 할 훈련만 남았다. 그 훈련도 다 소화할 수 있는 몸상태다. 마음가짐은 실전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준비를 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총액 1억1,300만 달러 계약은 역사적이라고 해도 무방한 숫자다. 종전 한국인 메이저리그 포스팅 최고액이었던 류현진의 3,600만 달러를 까마득히 넘어선 규모이자 아시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아시아 야수 메이저리그 포스팅 최고액 기록이다. 그리고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 중 하나가 됐다.

큰 계약에는 큰 기대가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 메이저리그는 올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성패를 좌우할 키플레이어로 이정후를 주목하고 있다. 더 높은 레벨의 무대에 처음 입성하는 선수에게 향하는 높은 기대치는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아니었다.

이정후는 "물론 내가 많은 돈을 받고 가는 만큼 내가 잘해야 이후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또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나 역시도 (김)하성이 형이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은 것이다"며 "그런 면에서 책임감은 있다. 하지만 내가 돈을 많이 받으니까 잘해야 한다 하는 부담감은 없다"고 말했다.

또 "아직 미국에서 야구를 해보지 않아서 내가 어느정도 할지 잘 모르겠다. 해봐야 하는 것이다"고 담담히 덧붙였다. 해보기도 전에 부담부터 갖고 스스로를 옥죌 필요는 없다는 것. 이정후의 강한 '멘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정후의 자신감은 김하성과의 일화에서도 묻어나왔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대해 하성이 형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냥 와서 느껴봐라'고 했다. 누구 공은 어떻고 누구 공은 어떻게 온다 이런 조언이 아니라 '그냥 와서 느껴봐' 라는 조언을 받으니 정말 빨리 가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공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이 엿보였다.

이정후는 "그런 공에 대해 두려울 것은 없다. 타석에 들어서면 '이런 공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그 공을 치기 위해 더 노력할 것 같다"며 "물론 맞으면 아프니까 그런 공을 몸에 맞는 것은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있었다.

프로 첫 캠프를 앞두고 출국하던 때를 떠올린 이정후는 "사실 지금보다는 그때가 더 떨렸던 것 같다. 그때는 프로 선수로서 첫 시작이어서 더 떨리고 긴장도 됐다. 선배님들도 많았다"며 "지금은 기대되는 것이 더 크다. 지금은 혼자 또 다른 내 꿈을 이뤄가는 것인 만큼 떨리는 것보다는 기대가 더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이정후에게 통 크게 투자한 구단은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이정후는 "최근 감독님, 타격 코치님들, 전력분석 팀장님과 화상 미팅을 했다. 구단에서는 내가 적응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도와주겠다고 했다. 감독님도 '너는 한국에서 보였던 성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담없이 이야기해라. 우리는 항상 도울 준비가 돼있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캠프에서 준비를 잘 해서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이정후를 배웅하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모였다. 이정후는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다. 많이 기대하시는 만큼 그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꼭 잘해서 한국에서 보였던 그런 모습을 미국에서도 보이며 야구할 수 있도록 은퇴하는 그날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팬들에 대한 인사를 남겼다.(사진=이정후)

뉴스엔 안형준 markaj@ / 지수진 sszz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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