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나, 우리아기와 이렇게 생매장돼야 하나요"…눈물흘리는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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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 인터뷰는 개 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 기사이고 조만간 송고하는 두 번째, 세 번째 기사는 개식용 금지, 강아지 공장, 펫샵, 동물을 이용한 축제, 동물실험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동물들은 좌절, 공포, 자부심, 수줍음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추론도 하고 계획도 합니다.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동물을 사람이 잔인하게 죽입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의식 있는 상태로 올려놓고 부위별로 해체하기도 합니다. 질병이 번지는 것을 막는다면서 돼지나 닭 등을 산채로 매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돼지는 살아보겠다고 필사적으로 구덩이 위로 기어오르고, 아기돼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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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동물도살 문제…인도주의적 대우 필요"
"사람들 고기 섭취 줄여야" 전진경 카라 대표 인터뷰
[※편집자 주= 동물권 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 인터뷰는 개 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 기사이고 조만간 송고하는 두 번째, 세 번째 기사는 개식용 금지, 강아지 공장, 펫샵, 동물을 이용한 축제, 동물실험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동물들은 좌절, 공포, 자부심, 수줍음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추론도 하고 계획도 합니다.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동물을 사람이 잔인하게 죽입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의식 있는 상태로 올려놓고 부위별로 해체하기도 합니다. 질병이 번지는 것을 막는다면서 돼지나 닭 등을 산채로 매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돼지는 살아보겠다고 필사적으로 구덩이 위로 기어오르고, 아기돼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봅니다."
전진경(59) 카라 대표는 지난달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물에 대한 도살과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면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최소화하고,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은 사육 과정에서도 많은 고통을 느끼는데,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고기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 대표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약국 일을 하면서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화여대 에코 학부 대학원에 진학해 동물행동 생태학을 공부했다.
그는 2002년에 카라의 전신인 '아름품'의 창립 멤버였고, 2014년에는 동물권 행동 카라의 상임이사로 상근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 사람 보호하기도 벅찬데, 왜 동물을 지원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 동물보호 운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동물이 보호받는 사회여야 사람도 보호받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이런 답변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동물보호가 더 중요하다. 사람 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동물보호 운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그걸 내가 하겠다는 것이다. 동물보호 운동은 사람 보호 운동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 동물보호 운동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 사람은 삶과 죽음에 대해 자꾸 생각한다. 이 문제는 답이 없다. 동물들은 그런 고민을 안 한다. 현실에 충실할 뿐이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 감동을 준다. 나는 동물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졌다. 정신력도 강해졌다. 동물이 학대당하는 참혹한 현장을 회피하지 않고, 그들을 바로 구조해야 하니 그렇게 된 듯하다. 나는 인간사에 대해서도 초연하게 됐다. 동물보호 운동을 한 이후에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 몸도 강해졌다. 어린 시절에 몸이 약했는데, 지금은 겨울에도 크게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 사람은 동물에 대한 연민을 갖는데, 그 이유는.
▲ 연민은 가엾은 존재에 대한 공감이다. 진화론적으로는 공생으로 좋은 결과를 냈기에 이런 감정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동물권 운동의 대부는 누구인가.
▲ 진화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찰스 다윈이다. 1800년대 사람인 그는 동물이 사람처럼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 이후 그의 이런 견해는 묻히고 말았다. 그러다가 1900년대 중후반부터 동물의 지각 능력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다시 동물에 대한 동물의 이런 견해가 부상했다.
-- 동물권이란 무엇인가.
▲ 동물이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착취되고, 남용되지 않을 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엄밀한 의미의 동물권은 동물을 소유하고 학대하는 것도 안 되고, 가축화해서 키우고 잡아먹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게 편입돼 있다. 우리는 그런 교조주의적 관점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다.
-- 동물도 사람처럼 재미있게 논다고 하는데.
▲ 예를 들어 고양이도 사람 아이들처럼 미끄럼을 타고 논다. 우리 집 고양이는 장난감을 물고 나에게 온다. 같이 놀자는 것이다. 내가 자고 있으면 놀자고 나를 깨운다.
-- 동물이 사랑, 절망, 수줍음, 자부심 등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던데.
▲ 개의 털을 빗겨주고, 예쁘게 모양을 내고, 예쁜 어깨끈도 해준 뒤에 같이 산책에 나서면 자부심을 나타낸다. "나 근사하지 않아?"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꼿꼿이 들고, 가슴을 펴고 걷는다. 개들은 죄책감도 느낀다. 사람 아이와 놀다가 실수로 물어서 아이가 엉엉 울면 엄청나게 미안해한다. "원래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라는 메시지를 행동이나 표정으로 보낸다.
-- 동물도 사람처럼 추론하고 계획한다고 하는데.
▲ 연구자들이 닭을 대상으로 실험한 적이 있다. 한번 버튼을 누르면 간식으로 곡식이 나오고, 누르지 않고 일정 시간 참으면 훨씬 맛있는 곤충 먹이가 나오도록 했다. 그랬더니 닭은 곡식보다는 곤충 먹이를 먹기 위해 참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다.
-- 동물들의 지능지수가 생각보다 높은가.
▲ 셰퍼드 개는 지능지수(IQ)가 70 정도다. 돌고래도 비슷한 수치다. 돼지의 지능지수도 상당히 높다. 사람의 평균 지능지수가 100이고, 70인 사람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동물들의 지능지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 그럼, '개돼지만도 못하다'는 욕설은 타당하지 않은가.
▲ 사람이라고 모두 개돼지보다 우월하거나 도덕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개돼지만도 못하다'는 말이 사실인 경우가 있다. 반대로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거냐?'는 말은 사람이 개돼지보다 무조건 낫다고 전제한 것이므로 맞는 말이 아니다.
--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도 잘못된 것인가.
▲ 그건 사람들끼리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사람이 동물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한 측면만 본 것이다. 동물에게는 청각, 시각, 직관 등 사람보다 우수한 측면이 많다. 사실, 인간에는 이상한 측면이 많다. 호랑이나 말이 비만으로 배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사람은 자제력이 없기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계속 먹는다.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 인간이 지구를 정복했다는 말도 틀린 것인가.
▲ 지구가 탄생한 지 46억년이 됐고, 시아노박테리아가 나온 것은 35억년이 됐다. 원시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것은 800만년 전이다. 인류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미미하다. 사람이라는 종은 지속되지 않고, 조만간 멸종될 가능성도 있다. 자기들이 먹는 음식에 독성 물질을 넣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자정작용을 하겠지만 동물들은 살아남고, 사람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꽤 있다. 어쩌면 사람은 지구에서 짧고 굵게 살다 간 종으로 기록될 것이다.
--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나.
▲ 그렇다고 본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코끼리는 저주파를 이용해 소통한다고 한다. 돌고래도 초음파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동물들도 사회적인가.
▲ 상당수의 동물이 그렇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애도와 조문, 장례 문화를 갖고 있다. 코끼리들에게는 무덤이 있는데, 죽을 때가 되면 그곳에 가서 생을 마감한다. 살아 있는 코끼리들은 그 무덤가를 지날 때는 코로 유골을 어루만지고 간다. 애도하는 것이다. 한번은 이런 일도 관찰됐다. 한 젊은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와 놀았는데, 새끼 코끼리가 구덩이에 빠졌다. 노련한 할머니 코끼리와 이모 코끼리가 달려와서는 그 새끼 코끼리를 구해냈다. 그리고 이들 어른 코끼리는 젊은 코끼리를 저쪽으로 밀어내는 행동을 했다. "너 때문에 아기가 죽을 뻔했잖아"라면서 질책하는 행동이었다.
-- 동물들은 자기가 도살된다는 것을 사전에 아는가.
▲ 축사에서 떠날 때는 잘 모른다. 다만, 급격히 환경이 바뀌는 것이어서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축사에서 억지로 끌어내 트럭에 태울 때 동물들은 울고 비명을 지른다. 도살장에 도착해서는 냄새로 무엇을 하는 곳인 줄 안다. 업체들은 최대한 눈치채지 못하게 도살과정을 설계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도살장 안에 들어갔다가 무서워서 담을 넘어 탈출하는 소도 있다. 살아보겠다고 도주하지만, 사람들은 마취총으로 쏴서 쓰러트린 뒤 살해한다. 그 소는 마취약이 몸에 들어갔기에 식용으로도 사용되지 않는다.
-- 도살은 어떻게 진행되나.
▲ 샷건으로 머리에 총을 쏘거나 감전의 방식으로 의식을 잃게 한다. 그다음에는 거꾸로 매달아 방혈(放血)을 한다. 피가 대량으로 나오도록 해서 죽게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고 이동시키면서 부위별로 해체한다.
--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고 하던데.
▲ 소와 돼지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공포에 질려 몸부림을 친다. 샷건을 머리에 들이대면 본능적으로 피한다. 샷건이 빗맞을 수도 있고, 정통으로 맞아도 의식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이러니 어떤 동물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해체된다. 참혹한 현장이어서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직률은 상당히 높다.
-- 닭의 도살 과정도 참혹하다고 하던데.
▲ 닭들을 큰 용기 안에 집어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의식을 잃게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나는 카라 활동가들과 함께 닭 살처분 과정을 참관한 적이 있다. 살처분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각오로 현장에 있었으니 그 과정은 원칙대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참혹했다. 이산화탄소가 들어간 이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트럭 위의 용기 안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 돼지나 소의 살처분도 참혹하다고 하던데.
▲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원칙적으로 돼지들을 구덩이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죽인 다음에 흙으로 덮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살아있는 돼지를 그냥 생매장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인지능력이 뛰어난 돼지들은 살려고 구덩이 위로 올라오려 한다. 비명을 지르면서 필사적으로 기어오른다. 사람은 포크레인으로 찍어 다시 구덩이로 떨어트린다.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 돼지가 있다. 엄마 돼지와 새끼돼지가 같이 생매장되는 것이다.
-- 동물 도살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을 끊기 전에 의식소실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외국에 있는 어떤 지역의 원주민들은 마을 잔치를 맞아 소를 잡아야 할 때는 쇠망치를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내려친다고 한다. 그 소는 자기가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짧은 순간에 절명하기 때문에 죽음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 동물들의 이런 고통을 근원적으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사람이 고기 섭취량을 줄이면 동물들의 고통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고기 소비량을 지금의 절반가량으로 줄이면 좋을 것 같다.
-- 사람이 육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나.
▲ 과거에도 사람은 동물을 먹었지만, 지금처럼 대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산을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 온갖 잔인한 방식을 동원한다. 도살도 참혹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는 것은 잔인한 행위에 가담하는 셈이다.
-- 본인은 오랫동안 채식을 했다고 했는데.
▲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갔다가 동네 사람들이 개를 매달아 놓고 살해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 동물 고기를 먹지 않는다. 어머니가 몸이 약한 나를 위해 몰래 붉은 고기를 넣어 끓인 뒤 고깃덩어리를 꺼낸 다음에 그 국물을 상위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나는 용케 알아차리고 먹지 않았다.
-- 채식을 하면 몸에 좋은가.
▲ 우리는 점심을 충분히 먹고 저녁을 먹지 않고 잤더니 아침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쉽게 눈이 떠지고 몸과 머리가 가벼운데, 채식하면 항상 그렇게 된다.
(취재지원 이다빈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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