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묵힌 '노인 무임승차' 고차방정식[우보세]

기성훈 기자 2024. 2. 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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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도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고 무임승차 복지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노인 교통 정책을 내놨다.

대한노인회는 즉각 "지하철 적자와 노인 무임승차는 연관이 없다고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만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 주면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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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노인 교통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이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65세 이상에게 지하철·버스·택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연간 12만원어치 선불형 교통 카드를 지급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도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고 무임승차 복지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노인 교통 정책을 내놨다. 대한노인회는 즉각 "지하철 적자와 노인 무임승차는 연관이 없다고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만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 주면서 도입됐다. 이후 1984년 5월 23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0% 요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이면 돈이 많든 적든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40년째' 변하지 않는 제도는 출구없는 논란을 재생산해낸다. 우선 무임승차 혜택이 '지하철'로 한정돼 있다보니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지역에 사는 노년층은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역세권·수도권에 거주하거나 버스를 타는 노인층에게만 혜택이 안 돌아간다는 푸념이다. 청년들의 마음 역시 복잡하다.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지하철 운영기관들도 불만이다.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년층 무임승차인원은 총 2억2113만명에 달했다. 앞서 2022년에 공사가 노인 무임승차(1억9664만명)로 입은 손실금은 3152억원이다. 가뜩이나 지하철 요금은 운영원가를 밑도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의 기본요금에 각종 할인·무임승차 등을 반영한 평균 운임은 1014원으로 수송원가 1904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 여기에 무임수송 승객이 계속 늘어나면 지하철 운영기관들의 '만년 적자'는 끝나지 않는다.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손실액을 중앙 정부가 메워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구간에 대해 무임수송 손실분을 보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보전은 지방자치단체 책임"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질렀다. 일각에서는 노인 연령 상향도 얘기한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따른 복지 비용 부담은 부담스럽지만 노인 복지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할 능력이 없는 노년층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 우울증 예방, 경제활동 촉진 등 편익 창출 효과가 크단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노인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역의 '수시변역(隨時變易·시대에 따라 변화한다)'은 노인 무임승차의 해법을 찾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마침표를 찍을 때다. 결국 무임승차는 정부가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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