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국 지역은행 흔들...파월 고집에 부동산-금융 동반부실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2. 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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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버틸만 하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를 거부하면서 다시 약한고리가 시험을 받기 시작했다. 상업용 부동산 오너들과 이들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현 경제구조 내에서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 커뮤니티뱅코프의 실적부진은 최근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문에서의 큰 손실 때문이고, 일본 아오조라은행(Aozora)과 독일 도이치은행(Deutsche)도 비슷한 위험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뉴욕 커뮤니티은행(NYCB)은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한 지역은행이다. 이들은 최근 예상 밖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대손상각액이 늘고 배당액까지 줄이기로 했다. 특히 NYCB는 단 두 건의 부동산 대출에 대해서만 1억 85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이들은 5억 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잠재적인 대출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은행 측의 해명과 달리 이 은행 주가는 전일 30% 이상 급락했고, 이날도 9%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주당 10달러 이상이던 실적 발표 전 주가는 현재 5달러대로 반토막이 났다.

NYCB의 여파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기타 중형 대출 기관의 붕괴로 인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부문인 다른 지역은행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게다가 지역은행 에 대한 우려는 금융시장의 시스템 문제에 영향을 받는 국채금리의 하락을 촉발시키고 있다. 투자자들은 대출 제한이 미국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대해 우려하면서 10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수익률이 3.82%로 하락해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는 셈이다. 맥쿼리 금융시장 이코노미스트 티에리 위즈먼은 "오늘 채권 랠리는 분명 지역 은행에 대한 우려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팬데믹 이후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늘리고 사무실 사용을 줄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사무실 규모를 줄여 공실이 늘어나자 빌딩 오너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차입한 원리금의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다. 저금리 시대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이런 상업용 부동산들의 가치는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급락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키란 라이추라 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2~3년 만인) 올해 대출 연장이 종료되면서 빌딩주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며 "많은 차용인은 새로운 자본을 투입하거나, 자산을 대출자에게 반환하거나, 시장에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분석가들은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더 큰 위험은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것이 번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급 효과는 미국이 아닌 일본 토쿄에서도 감지되는데 최근 아오조라은행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대출에 대한 연간 손실을 예상했고, 미국 사무실 시장이 안정되려면 최대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날 하한가 가까이 폭락했다.

일본 중형은행인 아오조라는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240억 엔(1억 6400만 달러)의 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던 종전 전망을 순손실 280억엔으로 하향했다. 도이치은행 역시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1년 전 2600만 유로에서 1억 2300만 유로로 거의 다섯 배나 높여잡았다. 그만큼 위험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미국의 부동산 문제로 인해 시스템 위기가 불거지고 있지만 중앙은행인 연준은 당분간 고금리를 지속할 계획이다. 전일 연준은 1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결과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금리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조기 금리인하설과 관련해 "오늘 회의를 토대로 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두고 볼 일이지만 (시장의 예측처럼) 3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볼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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