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중국의 카프카’ 찬쉐가 그려낸 ‘북클럽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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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찬쉐(71)가 여러 해 호명된 대로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하여 그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먼저 개관할 노벨 문학위원회가 결코 누락할 수 없는 낱말 하나를 점쳐본다면 '유토피아'일 것이다.
문학과 삶을 교감하고, 이 작은 공간을 중심으로 얽히고설켜 일곱쌍 사랑이 전개되니 실로 놀라운 북클럽인데, 찬쉐는 680여쪽에 걸쳐 천연스레 이 판타지를 현실인 양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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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세계
찬쉐 지음, 강영희 옮김 l 은행나무 l 2만원
중국 작가 찬쉐(71)가 여러 해 호명된 대로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하여 그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먼저 개관할 노벨 문학위원회가 결코 누락할 수 없는 낱말 하나를 점쳐본다면 ‘유토피아’일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도 함께 언급되지 않을 수 없겠다. 2022년 최신작 ‘격정세계’다. ‘문학의 유토피아’를 욕망 가득 그러나 사뭇 단아한 언어들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 고서점 골목에 ‘비둘기 북클럽’이 있다. 보통의 어른들은 “살면서 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20~30대 일곱가량이 회원이다. 푼푼한 감상과 인품으로 신망받는 샤오쌍, 동료들 덕에 차츰 자신만의 글쓰기로 나아가는 한마, 소싯적 존재감 없었고 서른쯤 이별로 상처 입은 헤이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문학 전도사였던 이 아저씨를 포함해 누구 하나 문학작품을 통한 생의 자극을 감추지 못한다. 도저한 작품을 향한 격정이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문학과 삶을 교감하고, 이 작은 공간을 중심으로 얽히고설켜 일곱쌍 사랑이 전개되니 실로 놀라운 북클럽인데, 찬쉐는 680여쪽에 걸쳐 천연스레 이 판타지를 현실인 양 펼쳐 보인다.
특히 샤오쌍은 독자 세계, 한마는 창작 세계, 헤이스와 그를 소설 읽기를 통한 더 나은 세계로 이끈 페이는 평자의 세계를 함축한다. 세상이 문학세계적으로 완성되는 격이다. 독서는 ‘서로’라는 책, 종국에 ‘나 자신’이라는 책을 읽어가는 탐험적 행위로 심원해진다, 저 작은 북클럽 세계에는 작아 보일 틈이 없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서로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 아저씨의 지론이 찬쉐가 믿는 문학의 힘이고, 소설의 유토피아 같다.
이번 소설은 찬쉐를 서구에 알린 이른바 ‘욕망 철학 3부작’인 ‘오향거리’(1990), ‘마지막 연인’(2005), ‘신세기 러브스토리’(2013) 등에서 꽤 이격되어 있다. 시공 밖 유토피아는 소설의 유토피아로, 정체불명의 지향성은 ‘사랑’으로, 세속은 예술로, 무엇보다 묘연한 서술은 역대급 선연한 서술로 바뀌어 독자를 부른다. 다만 전작에서 문학의 시원(‘오향거리’), 문학의 효능(‘마지막 연인’)을 면면이 은유해온바, 작정하여 극대화한 방식이자 결과가 이 소설이라 하겠다.
작중 고전 몇 제목이 호명될 뿐, 신비의 책은 가령 ‘XXXX’로 적시된다. 중층의 소문들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주인공 X여사(‘오향거리’)가 연상된다. 각자의 책이 각자의 삶과 만나면서, 각각의 실체를 탐험하게 되는 얘기랄까.
문학관을 거리낌 없이 밝히는 한마는 천생 찬쉐다. “소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의 엽기적인 모험은 하나같이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출발한 충동이지 무슨 사상누각 같은 게 아니죠.… 그저 평범하게 사랑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그 한마가 ―아니 찬쉐가, 독자들로부터― 듣고 싶었을 말을 그의 두번째 연인 샤오웨가 해준다.
“당신의 문학 속 기상천외한 착상은 더 본질적인데다 더 긴 생명력을 가질 거예요.”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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