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욕심 ‘잉어공주’가 있는 여고 앞 동네 책방 [책&생각]

한겨레 2024. 2. 2.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책방은요 │ 빛나는친구들
‘스탠드업코미디’ 공연 전, 코미디에 관련된 책을 읽은 사람들이 북토크를 나누고 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거짓말 같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신문사에 기고해달라는 문자를요. 마침 친한 언니가 옆에 있었는데 “에이~그거 사기 일수도 있어. 나중에 뭐 팔아먹으려는 광고일거야.” “아~~다들 열심히 살아가네요. 에효효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진짜 신문사였습니다. “언니! 사기 아니었어요. 진짜 신문사에요!” “맙소사!”

에헴, 그러면 이제 조금은 멋쩍게 ‘빛나는 친구들’ 독립서점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액션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이자, 개그 욕심과 ‘먹잘알’ 욕심이 가득한 한 사람으로서, 경기도 부천의 명문고등학교인 부천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책방을 하는 책방지기 ‘잉어공주’라고 합니다. ‘인어도 아니고 잉어는 무엇인가’ 물으신다면,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만든 일종의 ‘팸’인데요, 다들 무슨 공주파~할 때 우리는 보양식파를 만들자며, 그중 하필 제가 ‘잉어’가 되었고, 나머지 개고기, 지네 등등이 있습니다. 겸사겸사 책방에서 미니 잉어빵을 판매하여 ‘잉어공주’이기도 하네요. 근처 송내초 선생님은 저를 보며 공생하는 삶을 산다며, ‘공생’이라고 불러주시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왜 책방을 열게 되었냐고요. 제가 왜 책방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아! 내 작업실, 사무실로 필요해서였지’, ‘아! 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지만, 깜냥이 안 되니까 이걸로라도 개그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거지’, ‘아! 나는 먹는 걸 좋아하니까 맛있는 것도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은 것이지’ 참으로 많은 이유가 떠오릅니다.

책방지기 ‘잉어공주’는 책방에서 ‘붕어빵’을 판다.

개업 초반에 동네 청년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공 대표님네 책방은 콘셉트가 뭐요? 대체 책방에서 왜 붕어빵을 팝니까?”

그 질문에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참 내! 그냥 내 자체가 콘셉트이오! 그냥 나 자체가 책방이라고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어차피 책으로 돈을 벌기 틀렸으니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자 굳게 마음먹었지요.

책방이니 독서 모임을 해야 한다고 동네 서점 사장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전 책방은 차렸지만 책을 사놓고 쌓아놓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책방 사장님들처럼 ‘찐한’ 독서가이거나, 멋진 서평을 쓴다거나 하는 책과 관련한 특별한 기술은 없었지요. 심지어 책방 개업 축하 공연을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 김민섭 님이 열어주시고, 첫 모임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가족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인물 드로잉 모임을 열고, 언젠가 꼭 순풍 연기자분들을 우리 책방에 모시고 싶다 꿈꿨습니다.

‘빛나는친구들’ 외관.

문 연 지 6개월이 지나서도 독서 모임 울렁증이 여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동생이 “언니! 우리 새벽 5시에 독서 모임을 해보는 것은 어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왜냐면 자영업에 뛰어들고부터는 매일 새벽에 눈이 떠졌으니까요.

“그래! 사람이 모이든 말든 일단 해보자!” 그렇게 ‘빛나는 새벽 5시 독서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우리동네 이경화 작가님께서 모임명도 지어주었습니다. 책을 읽지 않은 지난날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마치 새벽기도 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한 이 온라인 모임에 점차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2명이었던 단톡방에 25명이나 모였지요. 몇 번의 변화가 있었고, 그 열정의 새벽 멤버들이 지금의 ‘빛나는친구들’의 다양한 모임에 함께 하고 계신 감사한 분들입니다. 매일 새벽에 만나니 정이 들어서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고, 또 다른 독서 모임을 열며 지난해를 재밌게 보냈습니다.

책방 ‘빛나는친구들’에서 사람들이 모임을 하는 모습.

그렇게 현재의 빛나는친구들은 가둬놓고 책을 읽게 하는 ‘가두리 독서 모임’, 너무 오래 숙성시켜서 꿈린내(?) 나는 꿈들을 함께 이뤄가자는 취지로 모인 ‘아가리드리머’, 인문학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각오로 모인 ‘인문학 특수부대’, 토요일~토요일은 북토크 ‘토토북’과 동네 입담꾼들을 모아 스탠드업 코미디를 열기도 하며, 학생들을 위한 추억의 분식들(떡볶이, 피카추, 떡꼬치 등)을 판매하며 ‘책방+분식=책식점(?)’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열고 싶은 각종 독서 모임과 문화, 성장 모임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그렇게 ‘빛나는친구들’에 모인 모든 친구가 함께 빛나서 눈이 부시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하하.

글·사진 공인애 빛나는친구들 책방지기

빛나는친구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일로 287-9
https://www.instagram.com/brightfriends_official/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