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점프', 에너지 '하락' 수출 청신호…길어지는 홍해 사태는 변수
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 16.3% 감소…무역수지 3억달러 흑자
중국 대상 수출도 20개월 만에 증가…홍해 물류 대란 등 변수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중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새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급등했던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무역수지도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홍해 사태 장기화 등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한 546억9천만달러, 수입은 7.8% 감소한 543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 측면에선 주력 품목인 반도체 회복세, 수입 측면에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하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지난해 직격탄을 맞았던 반도체 수출은 서서히 고점을 향해 회복하고 있고, 가스와 석탄 등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올해 수출 전망이 밝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3억7천만달러로 전년 같은 시기 대비 56.2% 증가했다. 해당 증가율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52억7천만달러로 증가율이 90.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지난해 감산 전략을 쓰며 반도체 단가 상승을 끌어낸 측면도 있지만, 올해는 AI 산업 발달과 함께 HBM(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HBM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호재인 것이다.
D램 반도체를 수직으로 연결 후 적층 방식으로 구성된 HBM은 AI 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다. AI 기기들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 및 저장 기능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이동하는 대역폭(Bandwidth) 규모가 관건이다. 압도적으로 큰 대역폭을 갖춘 HBM이 AI 산업과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지난해 우리 수출을 이끌었던 자동차 수출도 호조세를 보였다. 우리 자동차 수출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었다. 일반기계(14.5%)와 가전(14.2%), 디스플레이(2.1%), 선박(76.0%), 석유화학(4.0%), 바이오헬스(3.6%) 등 수출도 증가했다.
지역별 수출의 경우,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대(對)중국 수출은 16.1% 증가한 107억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 것이다.
대(對)미국 수출도 10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추월해 월간 기준 미국이 2003년 6월 이후 20여년 만에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재차 중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복귀했다. EU(5.2%)와 중남미(28.2%), 중동(13.9%) 등 수출도 증가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총 수입액은 543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특히 석탄과 가스 등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원유는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지만 가스(41.9%), 석탄(8.2%) 등 다른 원자재들은 크게 감소하며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16.3% 줄었다.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1월 158억달러에 달했지만, 올해 1월에는 132억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올해 동절기 에너지 사용량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종합하면, 에너지 분야에서만 수입액이 약 26억달러가 절감된 셈이다.
실제로 동북아시아 LNG 시장 기준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은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해 1월초 기준 19달러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9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NG 현물 가격만 5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주력 품목 수출 증가와 수입 에너지 가격 하락 등 무역수지 개선에 유리한 상황이 전망되지만, 최근 홍태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11월부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운송 요충지인 홍해 인근에서 예멘 후티 반군과 서방국가들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하며 물류 대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IT 기기와 배터리 등 물품들을 유럽으로 운반하기 위한 해상 항로로 홍해를 이용하고 있다. 지름길인 홍해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게 되면 물류 비용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변수를 고려해 정부는 수출 바우처 물류비 지원한도 확대 등 대책을 추진 중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홍해 사태가 우리 수출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며 "중소기업 전용 선복 확보와 유럽・미주지역 공동물류센터를 통한 현지 물류지원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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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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