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공동경비구역 JSA를 베냐민-아도르노의 눈으로 본다면

고명섭 기자 2024. 2. 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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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아도르노와 함께 보는 영화'는 20세기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1892~1940)과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의 미학 이론을 빌려 아시아 예술영화 다섯 편을 분석한 책이다.

영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미학적 근거가 되는 베냐민-아도르노 이론에 관한 설명은 문병호가 썼고, 개별 작품의 기법과 구조와 서사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남승석이 맡았다.

이런 이해 위에 이 책은 베냐민-아도르노의 이론에서 영화를 예술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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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베냐민. 위키미디어 코먼스

벤야민-아도르노와 함께 보는 영화: 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문병호·남승석 지음 l 갈무리 l 2만2000원

‘벤야민-아도르노와 함께 보는 영화’는 20세기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1892~1940)과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의 미학 이론을 빌려 아시아 예술영화 다섯 편을 분석한 책이다. 독일에서 아도르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문병호(대안연구공동체 교수)와 영화학자이자 영화감독인 남승석(연세대 학술연구교수)의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다. 영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미학적 근거가 되는 베냐민-아도르노 이론에 관한 설명은 문병호가 썼고, 개별 작품의 기법과 구조와 서사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남승석이 맡았다.

베냐민과 아도르노는 표면상 상반된 영화 미학을 제시한 이론가라 할 수 있다. 베냐민은 1936년 발표한 논문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영화가 파시즘에 오용될 위험을 경계하면서도 대중의 의식을 변혁하는 데 이바지할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반면에 후배 아도르노는 영화가 대중 조작과 대중 기만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을 베냐민이 너무 얕보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저 ‘계몽의 변증법’에 실린 ‘문화산업: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이라는 글에서 라디오와 영화를 대중을 기만하는 산업 매체로 규정했다. 그러나 문병호와 남승석은 아도르노와 베냐민이 상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큰 맥락에서 보면 아도르노가 베냐민의 미학적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더 넓게 펼쳐냈다고 이해한다. 이런 이해 위에 이 책은 베냐민-아도르노의 이론에서 영화를 예술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낸다. 모든 영화가 예술작품은 아니지만,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는 소수의 영화가 있으며, 이 소수의 영화가 예술로서 본질적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테오도어 아도르노.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책은 예술영화의 기능을 ‘세계 인식’과 ‘세계 변혁’에서 찾는다. 뛰어난 예술영화는 사회의 모순, 다시 말해 ‘세계의 고통’을 깊이 인식하게 해줄 뿐 아니라, 그런 고통에서 해방된 상태를 꿈꾸게 함으로써 사회를 변혁하도록 이끈다. 특히 이 책은 베냐민이 주저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이야기하는 ‘알레고리’ 개념에 주목한다. 베냐민은 이 세계를 수수께끼로 보았고 그 수수께끼를 해명하려면 예술이 스스로 수수께끼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술은 수수께끼가 되는가? ‘알레고리’라는 미학적 방법이 예술이 수수께끼가 되는 길이다. 알레고리란 표면의 이야기에 감추어진 심층의 다른 이야기를 뜻한다. 알레고리는 ‘숨은 이야기’이기에 수수께끼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이나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이 이런 수수께끼를 품은 알레고리 작품이다. 이 알레고리를 통해 세계의 비의를 해명하고 그럼으로써 세계를 새롭게 인식해 세계 변혁의 문을 여는 것이 베냐민이 생각한 예술이다. 아도르노는 베냐민의 알레고리 이론을 ‘미메시스’(모방) 이론을 통해 받아들여 더욱 확장했다. 예술작품은 미메시스적 충동 속에 만들어진 수수께끼 형상이다. 스스로 수수께끼가 됨으로써 세계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이 아도르노가 생각하는 예술작품이다.

이 책은 아시아 영화 다섯 편 중에서 특히 대만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일본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이 이런 수수께끼로 가득 찬 영화라고 말한다. 이 작품들 말고 이 책은 분단 비극을 이야기한 ‘공동경비구역 JSA’와 광주항쟁의 실상을 그린 ‘택시운전사’ 그리고 중국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여름 궁전’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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