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예술작품 매개로 명상세계로의 초대

양선아 기자 2024. 2. 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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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느리고 고요하고 응시하는' 명상에 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년 동안 명상 수련을 해온 저자가 예술작품을 통해 들려주는 명상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명상에 대해 얼마나 납작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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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 수행’ 포함 7년 사찰서 보내
100여개 예술작품 통해 명상 안내
‘명상=평온’ 납작한 이해 깨부수고
함축적이고 깊은 사유 담은 글 빛나
귀스타브 쿠르베의 자화상, 일명 ‘절망하는 사람’ (1841). 저자 수아지크 미슐로는 이 그림을 소개하며 명상을 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혼돈에 대해 책에서 설명한다. 을유문화사 제공

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l 을유문화사 l 1만8000원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느리고 고요하고 응시하는’ 명상에 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명상앱인 ‘캄’(Calm)이 전 세계적으로 5천만회 이상 다운로드되고, 구글플레이’ 건강/운동 부문에서 매출 2위를 기록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렇듯 ‘명상’ ‘마음챙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예술과 명상을 결합한 이색적인 책이 나왔다. 프랑스의 마음챙김 전문가 수아지크 미슐로가 쓴 ‘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이다.

저자의 이력이 남다르다. 대학에서 미술사와 문학 및 영화를 공부한 저자는 우연히 명상모임에 참석했다가 명상의 매력에 빠져 전통 불교 사찰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속세에서 벗어나 생활하는 ‘안거 수행’ 3년을 포함해 사찰에서 7년의 시간을 보내고 파리로 돌아온 저자는 특수교육 관련 학위를 취득하고 의료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존 카밧진의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을 만나 깊은 감동을 받고 아예 이쪽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현재는 대학과 병원, 대중을 대상으로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 치료’와 엠비에스알(MBSR)을 강연하고 있다.

필리프 드 샹파뉴, ‘덧없음’ (17세기 초). 수아지크 미슐로는 모래시계, 해골, 금방이라도 시들 듯한 튤립 등을 담은 이 작품에서 “두개골은 거울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보는 사람은 누구든 언젠가는 자신 역시 해골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명상을 통해 ‘죽음과 무상함’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을유문화사 제공

책은 100여개에 달하는 예술작품을 보여주면서 명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한쪽엔 그림이나 사진, 건축 등 각종 시각 자료 등이 있고, 그 옆엔 명상에 관한 저자의 깊은 사유가 적혀 있다. 하나의 글은 매우 짧고 간단하지만 우리가 명상에 대해 흔히 갖고 있는 오해를 지적하거나 명상의 핵심요소를 아포리즘적으로 서술해 계속 곱씹게 된다. 예컨대 “자기계발 서적들은 ‘진정한 나’를 찾고 정체성을 확고히 확립하라는 각종 충고로 가득 차 있지만 정작 명상은 그 반대를 권한다”고 책은 말한다. “명상수련은 ‘나’를 에워싼 윤곽선을 더 확고하게 만드는 대신 나를 해체하는 일”이란다. ‘진정한 나’를 찾겠다고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자는 “지금보다 향상된 버전의 나를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에고를 만들고 이는 더 많은 고통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20년 동안 명상 수련을 해온 저자가 예술작품을 통해 들려주는 명상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명상에 대해 얼마나 납작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명상을 하게 되면 금방 평온한 마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에 따르면, 명상을 시작하면 우리 마음은 혼돈을 겪는다. 내 마음 안 깊은 곳에 있는 욕심, 오만함, 분노 등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명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명상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정신의 비명’을 귀스타브 쿠르베의 자화상인 ‘절망하는 사람’(1841)과 함께 배치해 독자가 명상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명상을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 물질과 비물질 사이 빈 곳에 위치하는 내면의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바깥이 아니라 내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명상이 왜 ‘마음 근력 운동’이라고 불리는지 정확히 이해하게 된다. 책이 안내하는 대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저자의 말들을 곱씹으며 생각하다 다시 예술작품을 응시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내면세계와 접속하게 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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