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침샘 아닌 심금을 건드리는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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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은 음식 솜씨 못지않게 맛깔난 글솜씨를 지녔다.
'밥 먹다가, 울컥'은 그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데, 대체로 음식을 매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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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가, 울컥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l 웅진지식하우스 l 1만7000원
박찬일은 음식 솜씨 못지않게 맛깔난 글솜씨를 지녔다. 그가 ‘글 쓰는 요리사’로 불리는 까닭이다. ‘밥 먹다가, 울컥’은 그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데, 대체로 음식을 매개로 삼았다.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어 먹던 기억을 더듬다가 그는 문득 그 기억 속 사람들과 더는 같이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고, “그게 그립고 사무쳐서 잠을 못 이룬다.”
기억의 맨 앞자리에는 결식이 있다. 아니, 어쩌다 밥을 빼먹는 게 아니고 며칠을 통째로 굶었으니, 기근이나 기아라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가난한 식구들이 며칠을 굶으며 하릴없이 이불을 덮고 누워 있던 기억은, 오함마(큰 해머)질에 살던 집의 벽이 무너지고 시멘트 가루가 뿌려진 찬밥을 먹던 기억으로 이어진다. 박찬일의 음식 산문이 화려하고 요란하기보다는 소박하고 따뜻한 것은 이런 원초적 결핍과 상처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등록금이 밀린 그를 불러 상담을 한 뒤 햄버거 하나를 건넸던 선생님,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하느라 고생할 때 서울에서 고추장과 마른 멸치를 보내준 후배, 가출한 조선족 출신 아내를 찾아 전국을 헤매던 친구와 마주 앉아 나누었던 소주와 짜장면 안주… 박찬일이 저작하는 추억의 음식들은 침샘을 자극하는 대신 마음의 현을 건드린다. ‘울컥’이다.
젊은 시절 인근 고층건물 공사에 ‘곰방’(공사장에서 벽돌과 자재를 져 나르는 일)으로 참여한 경험을 자랑스레 털어놓는 할머니의 대폿집은 “찾아갈 수도 없는 시장 구석에 반쯤 없는 듯 있다.” 그렇게 없는 듯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읽는 이를 울컥하게 만든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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