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 전달’ 직전 윤석열-한동훈 17번 통화…윗선 밝혀질까
‘고발사주’ 손준성 유죄 파장
31일 법원이 지난 총선 직전 검찰이 조직적으로 검찰총장 부부 등을 위한 고발장을 작성해 정치권에 넘겼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같은 행위의 잠재적 수혜자였던 윗선의 관여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점이 드러난 이상 최소한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사건(고발사주 의혹)이 자신에 대한 정치공작이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다가 ‘나도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한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그리고 국민의힘 모두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이 사유화됐고, 정치 개입을 했고 선거 개입을 한 것이다. 굉장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당시 이 사건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을 꼭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윗선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맡았다.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을 손준성 검사와 공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며 입건하는 등 윗선 개입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이런 의심에는 나름 근거가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문’과 공수처의 불기소 통지서 등을 보면, 한 위원장-손 검사-권순정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이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및 한 위원장과 손 검사 사이 대화가 고발사주 1차 고발장 전달을 앞두고 급증했다. 고발장 전달 사흘 전인 3월31일 93회, 4월1일 66회, 4월2일 138회 등이다. 한 위원장은 고발장 전달 전날, 고발사주 관련 자료로 추정되는 사진 60장을 이 단체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다. 한 위원장과 손 검사가 각각 부산고검과 대검이라는 다른 기관에서 다른 업무를 하던 시기였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간 전화 통화 횟수도 4월1일 12회, 2일 17회로 매우 잦았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10월 고발사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4월3일 고발장 전달 직전 손 검사장이 (검찰총장실) 부속실 실무관과 메신저를 했다”며 고발사주 관련 내용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고발장에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위원장이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돼 있다는 점도 지시자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당시 윤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황 돌파용’으로 고발사주를 했을 개연성도 제기됐다. ‘고발장 작성 및 전달’ 행위가 벌어진 2020년 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뒤 ‘윤 사단’ 검사들이 좌천되는 등 대검 내 윤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화되던 때였다.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 위원장이 연루된 ‘채널에이(A) 사건’ 의혹이 불거지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장모 최은순씨의 ‘가짜 은행잔고증명서 작성’ 의혹 보도도 연달아 터져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은커녕 소환조사도 없이 2022년 5월 무혐의 처분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재수사가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수처 내에서는 불소추 특권을 가진 윤 대통령이나 여당 대표인 한 위원장을 수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있다. 다만 손 검사의 1심 재판부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 성상욱·임홍석 검사의 경우 과거 공수처 조사 내용을 재분석하는 방향으로 재수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임 검사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해서는 아직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2021년 9월 손 검사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던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대표는 이르면 다음주 초 윤 대통령 등을 공수처에 고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법원이 검찰의 조직적 움직임을 인정했다”며 “윗선 규명 등 검찰의 조직적 움직임을 밝히기 위해 재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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