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천년 전에도 있었다는 거식증…90%는 왜 여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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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서 가장 마른 친구의 한마디.
"나도 너처럼 평범하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소녀의 삶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책의 원제는 영어로 '굿 걸스'(Good Girls), 한국말로는 '착한 소녀들'이다.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남성에게도 그저 착한 소녀로 남고 싶은(남아야 한다는) 욕망이 음식 거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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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하는 여자들
마르고 싶은 욕구로 오인된 거식증에 관한 가장 내밀하고 지적인 탐구
해들리 프리먼 지음, 정지인 옮김 l 아몬드 l 2만2000원
반에서 가장 마른 친구의 한마디. “나도 너처럼 평범하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소녀의 삶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평범의 반대말은 특별. “자신을 하나의 부재(不在)로, 이도 저도 아닌 존재로 여겼”던 열네 살은 특별해지기 위해 자신을 축소하기 시작한다. 등의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날 때까지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칼로리를 걱정한 나머지 립밤도 바르지 않는 지경이다.
서구 언론인의 책이지만, 한국에도 이미 거식증을 선망하는(‘프로아나’라고 한다) 소녀들이 많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아이돌이나 인스타그램이지만 저자의 분석은 다르다. 자라는 과정에서 수동의 세계로 편입되고 완벽을 강요받는 소녀들 가운데 일부가 굶기를, 축소됨으로써 특별해지기를 바라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 것. 연예인이나 에스엔에스(SNS)는 여러 방아쇠 중 하나일 뿐이다. 굶는 여자는 1천년 전에도 있었고, 그때도 그들의 극기는 “성스러움의 증거로 추앙”됐다.
책의 원제는 영어로 ‘굿 걸스’(Good Girls), 한국말로는 ‘착한 소녀들’이다.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남성에게도 그저 착한 소녀로 남고 싶은(남아야 한다는) 욕망이 음식 거부가 된다. 거식증은 “음식에 관한 병이 아니라 음식에 관한 일”이며 동시에 “불행과 불안에 관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다행히도(드물게도) 해피엔딩. 정신병원을 오가던 소녀가 거식증에서 벗어나 30년 만에 내놓은 조언을 옮긴다. “나는 우리가 그들에게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기를, 그러니까 때로는 사람들을, 심지어 부모님을 실망시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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