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인내의 시간'…中 침체 돌파구는
국내 뷰티업계 양강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모두 2년 연속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시장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이 여파로 면세 부문까지 매출이 줄어든 상황인데, 미국과 일본 등 시장 확대 움직임은 단숨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이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각 사의 실적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조 213억 원의 매출과 15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44.1%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조8048억원의 매출과 48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3%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31.5%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만 따로 보면, 지난해 매출은 2조8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줄고, 영업이익은 1465억원으로 52.6% 감소했다.
사실상 '어닝 쇼크'인 두 회사가 부진한 원인은 모두 중국 시장 때문이다. 해외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중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고가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예전만 못하고, 중저가 라인업도 중국인들의 자국산 선호 추세가 강해지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는 영업이익이 늘어났지만, 중국 사업 적자로 해외사업이 43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 매출이 75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감소하며 고전했다.
다만, LG생활건강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중국 부문 매출이 2284억원으로 직전 분기 1373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이 온전히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황금기를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찌보면 한국 뷰티업계의 전성기였던 2010년대에 너무 잘 팔렸던 점도 있기에 그 때처럼 중국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지금은 중국 시장 회복이 너무 더뎌 손을 쓰기 힘들 정도이기에 안정화만이라도 된다면 업계의 노력이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며 다시 반등을 노리는 업계 투톱의 노력은 신시장 개척과 브랜드가치 제고로 요약된다.
먼저, 두 회사 모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미국, 일본 등 타 국가 진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정부문 매출 상승이라는 효과는 내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인수한 코스알엑스의 경우, 미국 아마존 화장품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북미 스킨케어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6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1902억 원의 매출과 7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미주 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라네즈 등이 성장하고 있고, LG생활건강도 에이본의 직접 판매 강화 및 BPC(뷰티&퍼스널케어) 중심의 브랜드 투자 확대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또 일본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에스트라, LG생활건강의 글린트·프레시안 등이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빛을 보기까지도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안착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면서도 "중국 시장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다른 국가 진출에 투자하는 단계이지만, 한류 열풍에 기술력 등 잠재력은 충분하기에 인지도를 넓히는 작업에 집중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럭셔리 제품군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한 차별화 전략도 강화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더 후와 같은 핵심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고, 제품의 상품성과 기술력으로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매출 성장을 바란다면,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면 될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확실한 브랜드 가치를 계속 키우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도 이제는 고급 화장품의 제품력으로 경쟁하는 곳으로 변한 만큼 핵심 브랜드의 힘으로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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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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