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친환경포장재’…단가만 올라 농산물 산지 ‘골치’

김민지 기자 2024. 2.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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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골판지상자로 포장하면 부자재값 다 포함해서 한상자당 4000원이 듭니다. 그런데 재생용지로 동일한 상자 제품을 만들면 1만2000원으로 3배나 많이 소요됩니다. 거기다가 재생용지상자는 습기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강용훈 제주 서귀포 중문농협 APC 계장은 "친환경포장상자 제품은 아직까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안 그래도 물가가 올랐는데 포장재까지 비싼 것을 쓴다면 제품 단가가 더 상승해 소비지 거래처에서도 쉽게 늘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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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부자재보다 생산비 높아
가격거품·품질저하 지적 나와
거래처 요구에도 전환 어려워
환경보호 실효성 큰지도 의문
쓰레기 배출량 감소 우선돼야
플라스틱 난좌 대신 종이 칸막이를 사용한 만감류 선물세트.
상자 측면에 재생용지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음을 알리는 문구를 적어놓은 모습(붉은색 사각형 안). 농협경제지주, 농민DB

“일반 골판지상자로 포장하면 부자재값 다 포함해서 한상자당 4000원이 듭니다. 그런데 재생용지로 동일한 상자 제품을 만들면 1만2000원으로 3배나 많이 소요됩니다. 거기다가 재생용지상자는 습기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최근 경북 A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선 거래처 요청으로 재생용지로 된 포장상자에 ‘샤인머스캣’ 포도를 담아 납품했다. 이곳 관계자는 “환경보호라는 좋은 명분이 현실에선 납품단가 상승, 농산물 품질 저하 문제로 이어져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수년간 주요 유통업체들이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친환경포장재를 이용한 선물세트를 명절마다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 설 대목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인 포장상자가 생각만큼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가격 거품 논란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 명절을 열흘가량 앞둔 1월30일, 서울시내 B백화점. 이곳은 2018년부터 명절 선물세트에 친환경포장재를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곳이다.

식품매장 내 선물세트 매대를 찾아가봤다. 대부분 과일 선물세트 측면엔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산림인증을 받은 친환경용지와 콩기름 잉크로 만들어진 친환경박스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FSC 인증 마크는 종이 포장재가 산림단계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제공되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생산·제작·가공·유통된 제품에 붙이는 표시다.

인근 C대형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상당수 과일 선물세트엔 ‘재생용지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고 합성수지제,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으로 된 완충재는 최소한으로 사용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D대형마트에선 일부 사과·배 선물세트 난좌 재질이 스티로폼이 아닌 종이였다. C대형마트에서 만난 40대 여성 소비자는 “환경오염이 화두가 되면서 품질만 괜찮다면 아무래도 친환경포장 제품에 끌리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소비자 선호에도 선뜻 친환경포장재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는 게 산지·유통업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얘기다. 강용훈 제주 서귀포 중문농협 APC 계장은 “친환경포장상자 제품은 아직까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안 그래도 물가가 올랐는데 포장재까지 비싼 것을 쓴다면 제품 단가가 더 상승해 소비지 거래처에서도 쉽게 늘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친환경포장재 도입을 고려해봤으나 보관·단가 문제 등으로 원가가 많이 든다는 우려가 나와 일단 일부 난좌 재질을 스티로폼에서 종이로 바꾸거나 종이 칸막이를 시도하는 선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친환경포장재가 기업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비해 환경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포장재 종류를 바꾸는 것보다는 배출되는 쓰레기양을 줄이고 상자 겉면 글·그림 인쇄 면적을 줄이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일 김수일포장개발연구소장은 “종이로 만들면 무조건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탄소배출량을 고려하면 스티로폼 10g 사용하는 게 종이 100g 쓰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는 것보다 더 적은 면적을 일반 잉크로 인쇄하는 게 환경에 이롭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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