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 농민 분노, 강 건너 불 아니다

관리자 2024. 2.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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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농민들의 시위가 날로 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농민시위는 인접국 독일을 넘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유럽 전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유럽 농민시위는 우리 정책당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모나리자 앞에서 '예술과 식량 중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농민 목소리에 담긴 함의를 놓친다면 유럽 농민시위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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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소외·채산성 악화 농심 불질러
물가이유 관세카드 남발 재고할 때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농민들의 시위가 날로 격화하고 있다. 보름을 훌쩍 넘긴 프랑스의 농민시위는 ‘파리를 굶겨 죽이겠다’면서 파리로 연결되는 간선도로를 트랙터 등으로 봉쇄하고 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농민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량’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며 모나리자에 수프를 끼얹었다. 이러한 농민시위는 인접국 독일을 넘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유럽 전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유럽 대륙을 달구고 있는 농민시위의 배경은 환경 이슈와 농산물 가격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2월 ‘그린딜’ 목표 달성을 위해 농약과 질소비료 사용량을 크게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농민들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또 탄소 감축을 이유로 화석연료 사용 억제를 내세우면서 농업용 경유에 대한 면세 혜택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도 농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프랑스의 경우 유통업체들이 정부의 물가인하 압박을 이유로 농가의 농산물 납품 가격 후려치기를 일삼으면서 납품 가격은 농가와 유통업체 간 협의토록 규정한 ‘에갈림법’이 무력화된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대량 유입으로 시장가격 교란이 발생한 상황에서 ‘남미공동시장’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논란은 농민들을 아스팔트로 이끌었다. 사실 전세계 농민들 가운데 유럽만큼 정부의 강력한 보호막을 걸치고 농사지어온 농민은 드물다. 유럽 농민들은 농업공동정책(CAP) 우산 아래 연간 약 400조원 규모로 보조금을 받아왔다. 그런 농민들이 트랙터를 끌고 도로로 나선 것은 채산성 악화가 표면적 이유지만 실제는 ‘정책소외’에 대한 위기감이다. 전쟁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물가안정 중심의 통상정책이 농업과 농민들만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유럽 농민들의 인식이다.

그래서 더욱 유럽 농민시위는 우리 정책당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 농민들은 언제나 통상 테이블에만 앉으면 농업은 양보를 해야 하고, 농산물 가격은 오르면 큰일 난다는 인식을 강요당해왔다. 물가당국이 소비자물가를 이유로 무관세나 저율관세를 남발해도 농민은 늘 국외자였다. 모나리자 앞에서 ‘예술과 식량 중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농민 목소리에 담긴 함의를 놓친다면 유럽 농민시위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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