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가경영 안전망 ‘이제나 저제나’

하지혜 기자 2024. 2.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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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이었다.

수입보장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과 달리 수확량뿐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까지 보장한다는 점에서 농가소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농가경영 안전망을 논하는 시점에서 해묵은 난제를 사회적으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농사로 먹고사는 일이 막막해진 농가들은 이제나 저제나 정부의 정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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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정은 관련 후속 대책을 내놨다. 그 가운데 추진 과제로 ‘농가경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농가별·품목별 실제 수입·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동할 경우 이를 완화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농업수입보장보험 같은 보험이나 적립·직불금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는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023년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가 바뀌었다. 정부가 내놓겠다던 프로그램의 청사진은 감감무소식이다. 차일피일하는 사이 농정당국의 수장이 바뀌었다. 송미령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월초 취임사를 통해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계획대로라면 시범사업에 돌입했어야 할 정책이 마치 새로운 과제처럼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긴 기다림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처음엔 참신한 정책을 고대했다면 이제는 사실상 정부가 수입보장보험을 확대·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돈다. 수입보장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과 달리 수확량뿐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까지 보장한다는 점에서 농가소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보험을 일부 품목·지역에 한정 짓지 않고 전면 도입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는 농가의 수입과 생산량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일본 등은 농업소득에 대한 세금신고를 의무화해 농가 단위로 수입·비용에 대한 자료를 구축한다. 이는 수입보장보험 등을 운용하는 증빙자료로 활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가 대부분이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수입 등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이 어렵다. 개선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농업보호론과 과세 저항을 우려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농가경영 안전망을 논하는 시점에서 해묵은 난제를 사회적으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정부가 얼마나 앞장서서 이 뜨거운 감자를 다룰지다. 농식품부는 최근 ‘개혁추진단’을 꾸리고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등 정책 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책 발표 시기조차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농사로 먹고사는 일이 막막해진 농가들은 이제나 저제나 정부의 정책을 기다린다. 이번에 다시 내건 약속은 지난한 공염불에 그치지 않길 바라본다.

하지혜 정경부 차장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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