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아들 굶기고 남친과 여행, 남편에 버림받자 딸 질식사…비정한 엄마들

박태훈 선임기자 2024. 2. 2.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20대, 20개월 아들 4일간 굶겨 죽여 [사건속 오늘]
대구 엄마, 생후 17일된 딸을…아이 아빠 외면이 빚은 비극
2023년 2월 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24·여)가 구속 전 피의자 심사(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2살 아들을 사흘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2023.2.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이러다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을 만큼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너무 힘든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자가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체험한 뒤 "엄청난 비용에 깜짝 놀랐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1년 전 오늘 인천과 대구에서 각각 일어난 비정한 20대 엄마들도 '아이 키우기 힘든 우리 사회'가 낳은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 20개월 아들 홀로 키우던 인천 20대 엄마…4일간 방치, 굶겨 죽여

2023년 2월 2일 119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119와 함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엄마 A씨(24)를 체포, 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수원에 아들 B군(생후 20개월)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국과수는 "장시간 음식물을 공급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굶어 죽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이에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A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 아들 9개월 때 남편 가출, 새로 만난 남친과 툭하면 외박…1년간 60차례, 544시간 방치

2021년 5월 아들을 낳은 A씨는 잦은 다툼을 하던 남편이 2022년 1월 집을 나가자 아르바이트하면서 아들을 양육했다고 밝혔다.

A씨를 측은한 마음으로 조사하던 경찰은 '사람이라면 이럴 순 없다'며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혼자 양육에 지친 A씨는 아들을 집에 놔둔 채 동네PC방 등에 1시간 정도 잠깐 외출하더니 점점 외출 시간이 늘어나 PC방에서 밤을 꼴딱 세기에 이르렀다.

2022년 11월부터는 새로 만난 남자 친구에 빠져 아들을 놔두고 강원도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올 정도였다.

2022년 12월에 10차례, 이듬해 1월엔 15차례나 아들을 두고 남친과 만남을 즐겼고 아들은 그 시간 동안 혼자 배고픔에 울고만 있었다.

A씨는 2022년 아들을 60차례, 모두 544시간(45.3일)이나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 20개월 아들에게 물도 없이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두고 4일간 남친과

아들이 숨진 결정적 이유는 4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남친과 즐기기 위해 1월30일 김으로 싼 밥 한 공기만 아들 앞에 던져주고 집을 나갔다.

생명에 꼭 필요한 물조차 주지 않았고 과자 등도 없었다.

20개월짜리가 밥을 챙겨 먹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물이라도 두고 갔으면 사망에 이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A씨의 기막힌 행태와 "죽을 줄 몰랐다"는 그의 말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 아동학대 치사에서 아동학대 살해로 죄목 변경 1심 징역 15년형

검찰은 A씨가 고의로 아들을 숨지게 했다며 죄목을 아동학대 치사에서 고의 살인인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변경, 재판에 넘겼다.

2023년 8월 17일 1심인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생후 20개월 아들을 6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해 영양결핍과 탈수로 사망케 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 News1 DB

◇ 생후 17일 된 딸 이불로 눌러 질식사시킨 대구 20살 엄마

대구에 살고 있는 B씨(20)는 19살이던 2022년 봄 아이를 가지자 앞이 캄캄했다.

아이 아빠인 남자 친구가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점점 거리를 멀리하다가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B씨는 유산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2023년 1월 16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딸을 낳았다.

출산 뒤 인터넷에 '질식사 방법' 등을 검색한 B씨는 2월 2일 해서는 안 될 짓을 범하고 말았다.

생후 17일 된, 딸의 얼굴과 몸에 두꺼운 겨울 이불을 여러 겹 접어 덮었다. 결국 딸은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즉 질식사했다.

- "애 아빠에게 버림받은 불안감에,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읍소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애 아빠에게 버림받고 집으로 오면서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정신적 충격이 컸다.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소중한 아이를 떠나보내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다"며 죽음에 이르게 한 건 맞지만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 1심 징역 12년형…2심 '정상 참작' 징역 3년, 9년이나 감형

지난해 6월 15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임동한)는 '죄질이 나쁘다'며 B씨에게 징역 12년형과 함께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4일 항소심인 대구고법 형사1부(진성철 부장판사)는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아동 보호 시설이나 베이비박스를 검색한 점, 상담을 통해 아동을 맡기는 것까지 검토한 점, 딸이 직접 접촉한 이불의 무게가 330g 정도밖에 안 돼 살인의 고의 입증이 부족한 점 등을 볼 때 1심 형량은 무겁다"며 9년이나 감형한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 살인의 고의성 여부로 인천 엄마, 대구 엄마 형량 5배 차이

A씨와 B씨의 형량이 5배나 차이가 난 건 살인의 고의성 여부 때문이다.

인천 엄마는 '아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돌봄'조차 하지 않은 채 남자 친구와 놀러 다녀 이른바 '죽든지 말든지' 의식이 있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반면 대구 엄마는 버림받았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얼마간 인정받은 한편 딸의 얼굴을 덮은 이불 무게가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라는 확신이 들 정도가 아니라고 항소심 재판부가 본 것이다.

buckba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