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산물 가격안정제’ 둘러싼 정쟁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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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적으로 농산물 가격 등락폭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지고 있다.
즉 현행 우리나라의 농산물 가격안정제도는 점점 더 커지는 농산물 가격 등락과 농업경영 불안정에 대응하기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정부·여당과 야당 간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처리되기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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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적으로 농산물 가격 등락폭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지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농산물 가격은 폭등이나 폭락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고, 서민 생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농업소득이 보장되지 못해 농가의 영농활동을 어렵게 한다. 특히 경제이론상 농산물 가격이 변동하면 가격변동률보다 소득변동률이 몇배로 증폭돼 농업경영 위험이 커진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화하고, 농가의 경영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응 장치 마련에 노력해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헌법 제123조 4항에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민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명시한다. 농산물 가격안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기본법)’ 제42조에서 재차 확인된다.
이러한 헌법과 ‘농업기본법’에 기반해 기초식량인 쌀의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시장격리제를 시행한다. 또 채소류의 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채소가격안정제를 펼친다.
하지만 2020년 도입된 쌀 시장격리제는 대상을 쌀에 한정해 오히려 생산과잉을 유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고, 2017년부터 시행 중인 채소가격안정제는 주산지 중심의 배추·무·마늘·양파 등 7개 밭작물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 가격안정화를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현행 우리나라의 농산물 가격안정제도는 점점 더 커지는 농산물 가격 등락과 농업경영 불안정에 대응하기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지난해부터 국회에서는 농업의 경영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농산물에 가격안정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갔다.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농가 주요 소득작목이자 농업기반이 되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 급등락에 농가경영이 좌우되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정부·여당과 야당 간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처리되기 요원해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평년 가격에 농가 생산비와 물가상승률 등을 더해 기준가격을 설정할 경우 인위적인 가격 지지 효과로 농산물이 과잉으로 생산되고 재정이 막대하게 소요된다며 반대한다. 반면 야당은 이 제도가 쌀뿐만 아니라 주요 농산물에 적용되기 때문에 농가가 하나의 작목에 쏠릴 가능성은 낮으며, 다양한 작목으로 분산되면 농산물 수급이 균형을 이뤄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낮아 재정 부담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지금처럼 서로 한치의 양보나 타협 없이 정쟁으로만 치닫는다면 종국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아예 폐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둘러싼 대안 없는 정쟁을 멈추고, 긴밀한 협의와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좀더 심층적인 검토와 분석으로 초당적인 합의가 가능한 실효성 있는 농업경영 안정장치를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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