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미술관… 부산 서부가 문화중심지로 뜬다
“강철 팔 최동원 선수 트로피다!”
31일 오전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근현대역사관 2층 ‘마! 쌔리라-야구도시, 부산의 함성전’을 찾은 초등학생 신현호(10)군은 1984년 전설의 투수, 최동원의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상’을 보고 외쳤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신군은 이날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근현대역사관을 방문했다. 신군은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타자 체험’을 하곤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지난 5일 문을 연 ‘부산근현대역사관(본관)’이 연착륙하면서 부산 문화 인프라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그 전에는 ‘동고서저(東高西低)’가 뚜렷했다. 시립미술관·박물관·문화회관·영화의전당·벡스코 등이 동쪽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사하구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 개관 이후 사상구 덕포동 부산대표도서관(2020년 11월), 강서구 명지동 국회도서관 부산분관(2022년 3월)이 문을 열었다. 이어 부산근현대역사관까지 등장하면서 서쪽이 보강되고 있는 것이다.
또 원도심인 중구 중앙동 북항재개발지 안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페라 공연장인 ‘부산오페라하우스’가 3117억원을 들여 2026년 말 완공 예정으로 건립 중이다. 바다를 향해 조개를 품은 형상을 한 오페라하우스는 지하 2층, 지상 5층에 연면적 5만1617㎡ 규모다. 대극장(1800석), 소극장(300석), 전시실, 부대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개관 한 달쯤 돼 가는 부산근현대역사관 1층 커피숍엔 지난 31일 손님 20여 명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갓난아이부터 50~60대 장년층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기획·전시실에도 북적댈 정도는 아니어도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다. 2~4층 복도에 놓인 휴식 테이블에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근현대역사관 3층에서 ‘근대도시 부산 상설전’을 관람하던 대학생 안모(21)씨는 “친구와 함께 남포동에 놀러왔다가 역사관에 들렀다”며 “먼바다로 배가 지나고 파도가 방파제 빨간 등대를 지나 육지 쪽으로 몰려오면서 부산항 개항, 수출, 무역, 산업 등 지난 150년간 있었던 일들을 입체 영상으로 알려주는 게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였던 근현대역사관 본관은 지하 1층·지상 6층에 전체 면적 9077㎡ 규모다. 한국은행 금고가 있었던 지하 1층엔 금고미술관이 들어섰고 1층은 커피숍·기념품 가게·시민 편의 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2층엔 기획전시실, 3층엔 근대도시 부산 상설전시장, 4층엔 현대도시 부산 상설전시장 등이 있다.
1~2층 사이엔 어린이들을 위한 복합 공간인 ‘들락날락’이 지난 21일부터 운영 중이다. 옛 미국문화원이었던 바로 옆의 ‘분관’은 지상 3층에 연면적 2196㎡ 규모로 지난해 11월 먼저 선보였다. 분관엔 도서관, 기록관, 전시관 등이 들어섰다. 근현대역사관은 부산의 명소 중 하나인 중구 보수동 헌책방 골목과도 500~600m 거리의 지척에 있다.
김기용(60) 부산근현대역사관 관장은 “원도심, 서부산권에 새로운 문화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유명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 생태공원 안 ‘현대미술관’은 지난해 연간 관람객 수 27만8000여 명을 기록, 그 전 해(11만7800여 명)의 2배를 넘어섰다. 지하 2층, 지상 4층엔 연면적 1만5312㎡ 규모다. 수장고, 교육실, 강의실, 회의실, 책그림섬, 모카이브, 사무실, 옥상정원 등 다양한 시설로 이뤄져 있다.
강승완 현대미술관장은 “어린이 및 가족, 시니어, 영화 등 지역 특성과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전시들이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관은 지난 연말 옥상에 낙동강과 철새, 갈대숲, 크고 작은 모래섬 등 을숙도 풍광을 조망하면서 쉴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옥상 레스토랑 개설, 아트쇼핑점 확장 등 관람객 편의 시설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심재민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종전 동부산권에 치우쳐 있던 문화 인프라들이 요즘 서부산권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동서 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부산 전체의 문화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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