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장작타는 소리·비행기 소음… 어, 음악이 되네
이 음악을 처음 들으면 ‘이게 음악이냐’고 반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 등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음계가 불분명한 멜로디로 이어지기도 한다. ‘앰비언트(ambient·잔잔한) 음악’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앰비언트 음악이 인기를 얻으면서 외신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앰비언트 음악을 ‘흥미롭고 무시할 수 없는 음악’이라며 조명했고, 대중문화 전문지 파아웃도 지난해가 ‘앰비언트의 해’였다고 했다.
앰비언트 음악은 1960년 전자음악 태동기에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이에 앞서 에릭 사티·모리스 라벨·클로드 드뷔시 등 20세기 초반 프랑스 작곡가들이 전통적 음계의 개념을 벗어나 만들었던 실험적 음악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란하고 기계적 느낌이 강한 일반 전자음악과 달리 단순한 리듬과 반복적인 멜로디로 은은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음악이라기보다는 각종 소리를 뭉뚱그린 백색소음(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적절한 수준의 소음)과 다름없는 곡도 있고, 어깨를 들썩일 만큼은 아니지만 조용한 리듬이 가미된 곡도 있다.
요가 학원이나 스파처럼 조용한 분위기가 필요한 곳에서 앰비언트 음악을 선호하고 있다. 공부를 하거나 수면을 청할 때처럼 주변과 차단된 환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요즘에는 박물관이나 수족관, 쇼핑몰처럼 아예 조용하면 안 되지만 너무 시끄러운 음악이 나와서도 안 되는 장소에서 쓰인다.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특수 장르’로 여겨지던 앰비언트 음악은 최근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30개 이상의 앰비언트 음악 전문 채널이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인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혼란상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아웃은 “코로나라는 공공의 적이 사라지고 인플레이션, 인공지능으로 인한 불확실성, 전쟁 등 혼란스러운 소식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차분하고 평화로운 음악을 들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나날이 고급화되는 음향 기기 시장도 앰비언트 음악 열풍의 동력이 되고 있다. 입체 음향 시스템인 ‘돌비 애트모스’ 등 최첨단 음향 기술을 도입한 각종 기기들이 발전하면서 더욱 생생한 앰비언트 음질을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도심에서도 자연 속이나 외딴곳에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려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악 저작권 시장이 성장하면서 앰비언트 음악도 ‘돈 되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앰비언트 음악 전문 기획사인 세이크리드 소사이어티는 2022년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였던 앰비언트 음악 시장 규모는 2030년엔 32억10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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