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高校만도 못한 대학 내버려두면 안돼”
경북 포항의 포스텍(포항공대)이 1조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에 국내 대학가가 놀라고 있다. 현재 국내 사립대들은 15년간 등록금 동결,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 환경이나 인프라 혁신은커녕 화장실 휴지를 대기도 벅차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포스텍이 전례 없는 투자금을 유치하자 사립대 관계자들은 “부럽다”면서도 “죽어가던 국내 대학에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포스텍 이사회는 지난 30일 2033년까지 10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교육과 시설 인프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1986년 개교 이후 투자 부족 등으로 떨어진 경쟁력을 회복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이 되는 것이 목표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제 고등학교만도 못한 환경의 국내 대학들을 두고 보면 안 된다”고 한다. 현재 국내 사립대 상당수는 재정 부족으로 인프라 투자를 못 해 낡은 건물에서 학생들이 공부한다. 2009년 정부가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지시한 이후 재정난은 매년 악화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학의 ‘운영 이익’이 2009년 2조6947억원에서 2021년 441억원으로 급감했다. 비수도권 사립대 10곳 중 8곳이 적자 상태다. 신임 교수 채용도 못 하고, 기존 교수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곳도 많다. 지난해 사립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757만원으로, 방학 4개월을 빼면 월 100만원도 안 된다. “등록금이 ‘영어 유치원’보다 싼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는 30개 대학에 각 1000억원씩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을 시작했다. 포스텍을 포함해 작년 11월 총 10개 대학이 뽑혔다. 정부의 대학 지원 사업 중에선 최대 규모다. 하지만 “미국 등 세계적 대학은 조 단위의 지원금을 유치하거나 중국은 정부가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 대학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우승 전 한양대 총장은 “대학 경쟁력이 추락하면 국가 경쟁력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기업 등이 나서 대학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보해 포스텍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1조원을 확보한 포스텍이 가장 중점적으로 투자할 분야는 ‘인재 초빙’이다. 포스텍은 개교 초 교수들에게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주면서 세계적 인재들을 유치했다. 그런데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해지면서 포스텍을 떠나는 교수가 많았다. 포스텍은 인재 유치에 수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파격적 성과급’ 제도도 눈길을 끈다. 포스텍은 교수들의 연구·교육 성과를 평가해 직급 상관 없이 연간 S등급 5000만원, A등급 3000만원, B등급 1800만원씩 지급한다. 최하위 C등급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최상위 25%와 최하위 25% 간 성과급이 5000만원이나 차이 나는 것이다. 성과급 평가 기간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교수들 사이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우리 대학은 아무리 연구를 잘하는 교수라도 다른 교수들 눈치 때문에 파격적인 연봉이나 성과급을 줄 수가 없다”면서 “포스텍이 교수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투자금으로 낡은 시설도 정비할 수 있게 됐다. 교육·연구 시설 및 기숙사를 새로 짓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 7000억원 이상 투자한다. 신임 교수들을 위한 아파트도 짓는다. 학생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연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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