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등 17개 단체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에 참담한 심정”
1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위한 여야 합의가 불발되자 중소기업계는 “정치권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 자체에도 문제점이 많아 기업에 ‘법 준수’를 요구하기 이전에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7개 단체는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중소기업계는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83만이 넘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중소기업 체감 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는 와중에 형사처벌에 따른 폐업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는 중처법 적용유예 입법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1일 중소기업인 3500여 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유예 법안 처리가 또 불발되자 영세 기업인, 소상공인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북 고령에서 직원 36명을 고용한 김종태 다산주물 대표는 “직원 80%가 외국인이라, 직원한테 안전관리자를 겸직시킬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어떻게 대비할지도 몰라 매출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도 ‘일 적게 해도 좋으니 사고 나지 않게 천천히 하라’는 정신교육만 하는 실정이다”고 했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회원사 절반 정도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스팀 기계로 인한 화상 같은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다들 초긴장 상태”라고 했다.
정부는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3월부터 주업종이 제조업이고 3년 평균 매출액 120억원 이하인 소기업 100사를 대상으로 총 50억원 규모 ‘중대재해예방 바우처’를 지원한다. 또 84억원을 투입해 소상공인 2000명에게 사고 예방을 위한 환경 개선 비용을 지원한다. 중기중앙회도 지역 단위로 반기에 1회 이상 전국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중대재해법 대비를 위한 교육을 강화한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 50인 미만 사업장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이 법의 취지인 산업 재해 예방 효과를 내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대 교수는 “법이 애매모호해 대기업조차도 지키기 어려워 준법 의지가 있어도 대비할 수 없고, 산업안전보건법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법을 지키라고 하기 전에 지킬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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