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때문에 아이들 죽어간다”...美 여야 ‘원팀’돼 저커버그 몰아세웠다
불법 아동 성착취 등 집중 추궁
“여러분이 겪은 모든 끔찍한 일에 대해 송구합니다. 아무도 여러분의 가족이 경험한 것과 같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가 ‘온라인 아동 안전’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청문회장을 가득 채운 피해자 가족을 향해 돌아선 뒤 이렇게 사과했다. 조시 홀리 공화당 의원이 “당신의 제품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이 자리에 있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다그친 직후였다.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진 불법 성 착취, 집단 따돌림 등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저커버그가 사과를 하는 내내 항의의 의미로 사망한 아이들의 사진을 높게 들어 올렸다.
이날 청문회에는 저커버그를 비롯해 린다 야카리노 X CEO, 저우서우쯔 틱톡 CEO, 에번 스피걸 스냅 CEO,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 등 주요 소셜미디어 기업 5곳 수장이 소환됐다. 4시간가량 진행된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당파 구분 없이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아동의 안전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은 “당신들의 손에 피가 묻었다”고 했고, 딕 더빈 민주당 의원은 “안전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우리 자녀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 비행 중 문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 때문에 해당 기종 운행을 전부 중단한 보잉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마당에 왜 우리는 (보잉처럼) 소셜미디어를 셧다운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의회는 최근 수년간 빅테크 기업 경영진을 소환해 청문회를 수십 차례 열었고, 이날 열린 감정적인 청문회는 어린이를 위한 보호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정치권의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 의회는 지난 2021년 메타에서 제품 매니저로 일했던 프랜시스 하우건의 폭로 이후 관련 법 제정에 나섰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당시 하우건은 인스타그램이 왜곡된 미(美)의 기준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검열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 결과 청소년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섭식 장애로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여기에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난 아동 성 착취 신고 사례는 3600만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을 절벽으로 내모는 ‘미국의 위기’를 조성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진 배경이다.
스피걸 스냅 CEO는 스냅챗이 약물 판매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자 사과했다. 그는 스냅챗을 통해 ‘펜타닐’ 등 마약을 구입하고,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러한 비극을 예방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스냅은 마약과 관련된 검색어를 차단하고,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시트론 디스코드 CEO와 야카리노 X CEO는 자신들 역시 누군가의 부모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제품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아동 보호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 현재 미 의회에는 아동 학대물의 유통 책임을 소셜미디어에 묻는 ‘아동 학대물(CSAM) 중지법’과 성적 착취·거식증·자해 등 아이들에게 유해한 게시물 노출을 막지 못했을 때 플랫폼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의 ‘아동 온라인 안전 법(KOSA)’ 등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사과와 별개로 이날 청문회에서 저커버그 등 일부 CEO는 KOSA가 ‘표현의 자유 문제와 충돌할 수 있다’며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는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방패막이 돼 왔다”면서 “소셜미디어의 폐해가 실제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규제와 관련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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