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피부과 ‘의사 독점’ 깬다...간호사 등도 미용 시술 허용

조백건 기자 2024. 2. 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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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필수·지방 의료 살리기 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정부가 1일 발표한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는 필수·지방 의료 살리기가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힘들고 보상은 낮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엔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반면 미용 등 일부 비(非)필수 진료과에 대해선 관리를 강화해 지금처럼 ‘쉽게 돈 잘 버는 구조’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피부과·성형외과 등이 필수 진료과 의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책 중 ‘의사 수 확충’을 가장 먼저 앞세웠다. 필수·지방 의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 의사 부족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35년엔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증원 규모는 설 연휴 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박상훈

정부는 늘어나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와 지역 병원으로 가도록 관련 수가(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의료 서비스 가격)를 높이고, 의사의 소송 부담은 낮추기로 했다. 예를 들어 난도가 높은 중증 응급 환자의 수술·처치의 경우 수가를 최대 100% 인상하기로 했다. 필수 의료 의사들에 대해선 밤샘 당직을 하며 대기하는 시간도 수가에 반영해 보상하기로 했다.

지방 병원의 진료·수술은 수가를 더 쳐주는 ‘지역 수가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방 의사가 수도권 의사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 의사를 늘리기 위해 ‘지역 필수 의사제’도 도입한다. 필수 의료 의사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지역에서 몇 년간 근무한다고 약속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장학금과 거주비를 제공하고, 그 지역 국립대 의대 교수 임용 시 우대한다는 내용이다. 의대 모집 때 지역 출신 학생을 의무 선발하는 비율(현행 40%)도 더 늘린다.

환자 생명과 무관한 미용 분야 등에 대해선 고삐를 조인다. 특히 전문의 자격 없이 의대만 졸업하고 일해도 한 달에 1000만~1500만원을 버는 미용 피부과의 일부 진료는 의사 외 간호사 등도 할 수 있도록 ‘의사 독점 구조’를 깰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직을 밥 먹듯 하는 산부인과·응급의학과 전문의보다, 전문의 자격이 없는 피부과 일반의가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필수 의료 붕괴의 큰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일본·영국·캐나다 등에선 간호사가 보톡스나 필러 등의 시술을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비급여 과잉 진료가 많다는 지적을 받는 도수 치료, 백내장 수술 등에서 실손보험(비급여 부문)을 받았다면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주지 않는 ‘혼합 진료 금지제’도 도입한다. 물리 치료를 하면서 비급여인 도수 치료를 끼워 팔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공유형 진료 체계’를 도입해 다른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팀을 이뤄 의료 낙후지로 이동 진료를 가면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또 퇴직 의사 등으로 구성된 ‘권역 의사 인력 뱅크’를 만들어 필수 진료과 의사 수급을 더 용이하게 할 계획이다.

법적 지원도 발표했다. ‘의료 사고 처리 특례법’을 만들어 필수 진료과에서 의료 사고가 났다면 원칙적으로 해당 의사를 법정에 세우는 일(공소 제기)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소송 부담 때문에 응급의학과 소아과 등 필수 진료과 전공을 기피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에 필요한 돈은 대부분 건강보험 재정에서 충당한다. 그런데 현재 보험료율을 유지하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올해 적자로 전환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이 최근 2년간 3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만큼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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