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과 결혼했다”던 늦깎이… 구조대 배치 15일된 신참

문경/노인호 기자 2024. 2. 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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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구조하다 떠난 두 소방관
잿더미로 변한 공장 - 지난달 31일 오후 큰불이 난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 업체 공장이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1일 소방 당국이 중장비로 화재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이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자 불길 속으로 들어간 문경소방서 소속 김수광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가 목숨을 잃었다. /남강호 기자

경북 문경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1일 순직한 김수광(28) 소방교와 박수훈(36) 소방사는 서로 5m 떨어진 곳에서 차례로 시신으로 발견됐다.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에서 로커를 나란히 쓰던 두 사람은 불길 속에서 마지막 순간도 함께했다.

이들은 구조 전문 소방관이었다. 작년 7월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문경과 예천 지역에서 68일간의 실종자 수색 작업도 함께했었다.

김수광 소방교는 지난 2019년 소방관에 임용됐다. 작년 7월 소방사에서 소방교로 승진하면서 구미소방서에서 문경소방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화재 현장 내부로 진입하지 않고 불을 끄는 부서인 안전센터에 배치됐지만, 구조대원 근무를 강하게 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명 구조사’ 시험을 준비했다. 퇴근 후에도 소방서에 남아 필기와 실기시험을 준비한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지원해 구조대원에 선발된 게 지난 17일이다.

그리고 불과 보름 만에 김 소방교는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문경소방서 동료인 김태웅(30) 소방사는 “김 소방교는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겠다며 퇴근한 뒤에도 늘 땀을 흘리던 사람이면서도 힘든 일은 자기가 나서서 먼저 해주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업체 화재 현장에서 순직 소방관들이 동료 소방관들과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수훈 소방사는 특전사 중사 출신으로 지난 2022년 구조 분야 경력 채용으로 ‘늦깎이’ 소방관이 됐다. 특수부대 출신답게 태권도 사범으로 다져진 체력에 인명 구조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다. 함께 순직한 김 소방교의 인명 구조사 시험 준비를 도운 것도 박 소방사였다. 일과를 마친 뒤 두 사람이 함께 로프 타기, 장비 묶어서 옮기기, 다이빙 풀 잠수 등 훈련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 다 미혼이었다. 박 소방사는 평소 지인들에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경소방서 동료들은 “처음에 두 사람이 고립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제발 살아서 돌아오라’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한 동료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무전을 듣는 순간부터 자꾸 눈물이 흘러나왔다”면서 “두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하고 싶어 하던 일을 했지만 이런 결말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의 빈소는 이날 문경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3일 치러질 예정이다. 소방청은 오는 7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전국 모든 소방 공무원이 근조 리본을 달기로 했다.

두 사람에 대한 애도가 줄을 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보를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두 소방 영웅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빌며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문경 공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유족을 위로하며 “유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를 찾아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분들과 동료를 잃은 슬픔에 아파하고 계실 소방 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온라인 게시판 등에도 “두 분 다 젊은 나이인데 너무 안타깝다” “또다시 귀중한 소방관들을 잃었다” 등 애도 글들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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