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해법 유예 끝내 무산, 요구 다 수용하자 ‘그래도 안 된다’니

조선일보 2024. 2. 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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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주 의원이 의총장 밖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정의당 의원들과 노동계 인사들에게 부결됐다고 알리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유예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산업안전청 설치’를 정부·여당이 수용했지만 민주당이 결국 협상안을 거부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했다. 일자리가 있어야 근로자도 존재한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근로자 생계가 없어지는데, 거기에 무슨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있나.

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유예 조건으로 민주당은 산업안전청 설립과 산업재해 예방 예산 2조원 확보를 요구해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결국 이 조건을 다 받아들였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협상안 수용 가능성을 비쳤지만, 노동계를 의식한 일부 강경 의원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거부했다. 법 확대 시행 나흘 사이에 부산과 강원도의 영세 업체에서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처벌을 무조건 강화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산업재해를 막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세상 어느 사업주도 자기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서 근로자가 다치거나 죽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 부진 앞에서 연명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준비돼 있지 않았고, 두 곳 중 한 곳은 안전 인력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경제 6단체가 “2년만 유예하면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내놨지만 민주당은 외면했다.

영세 사업장 특성상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갈 것이다. 이런 사업장이 전국에 83만여 곳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800만명에 이른다. 민주당 눈엔 노동계 표만 보이고 이들은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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