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 데이터 통로 8배 커... 인구 밀집 지역도 ‘팡팡’
알뜰폰 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가 꾸린 컨소시엄 ‘스테이지엑스’가 지난달 31일 제4 이동통신사로 최종 선정됐다. 정부는 스테이지엑스가 20년 넘게 이어져 온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 과점 체제를 깨고 품질·서비스 경쟁에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낙찰받은 28GHz(기가헤르츠) 대역은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쉽게 가로막히는 대신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다. 기존 통신 3사가 쓰고 있는 3.5GHz 대역 주파수는 통신사별로 100MHz폭만 할당된 데 비해 28GHz 대역은 800MHz폭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폭이 넓으면 더 많은 차가 빠르게 다닐 수 있는 것처럼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우선 3년간 경기장·대학·병원·공항을 포함한 인구 밀집지 90곳에 무선 기지국을 6000개 이상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공간에서 빠르고 지연 없는 통신 환경을 구축해 소비자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지하철처럼 이용자가 밀집한 공간에서도 트래픽 분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빠른 전송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초고속·저지연 5G 서비스 구현”
28GHz 대역의 쓰임새는 종전에 이를 사용한 통신 3사의 서비스나, 현재 비슷한 대역을 활용하고 있는 5G 특화망 사업에서 엿볼 수 있다. 2018년 28GHz 대역을 낙찰받았던 통신 3사는 기지국을 지하철에 깔아서 와이파이 속도를 개선하는 데 사용했다. 야구장·축구장 등 군중 밀집 지역에서도 일부 활용했다.
특정 구역에서만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 5G 특화망은 네이버·LG CNS 등이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사옥에서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봇 100여 대 제어에 쓰고 있다. 데이터 전송 지연이 덜하기 때문에 로봇이 장애물을 만나면 바로 멈출 수 있다. LG CNS는 5G 특화망을 공장 안에 구축해 인공지능 카메라를 통한 불량품 검사, 무인 운반 차량 운용 등에 활용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앞으로 기지국을 깔면서 대학·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 5G 서비스 실증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컨대 연세의료원에선 5G 환경에서 IoT 기기나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국내 주요 경기장·공연장과 협동해 AR·VR 콘텐츠에 최적화된 통신 환경을 구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공항 같은 사람이 붐비는 지역에서 통신 품질을 높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28GHz 대역대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에선 경기장에 기지국을 구축하고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에만 운용하기도 한다.
이통 3사 상대로 서비스·요금 경쟁
정부는 스테이지엑스가 2000년대 이후 20년 넘게 고착화된 통신 3사 체제를 흔들어 국민들이 보다 저렴하게 양질의 통신 서비스를 누리는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작년 7월 새 사업자 육성을 포함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통신3사가 정부 압박이 없으면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지 않고,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려는 마케팅도 거의 멈춘 상황을 지적했다. 앞서 통신3사는 기존에 할당받은 28GHz 대역에서도 약속했던 망 구축을 하지 않아 주파수를 회수당한 상황이다.
반면 제4이동통신사의 경우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28GHz 대역 특성에 기반한 다양한 특화 서비스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테이지엑스는 “삼성·애플·구글·폭스콘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단말기를 보급하고, 자체 중저가 단말 라인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요금제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신규 사업자가 시장 진입 초기에 원활한 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자사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서 통신 3사의 네트워크를 공동 이용할 수 있다”며 전방위 지원을 약속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일반 소비자에게 저렴하면서도 혁신적 서비스를 선보이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28GHz가 사업성이 좋은 주파수 대역이 아닐뿐더러 전국망은 통신 3사 망을 빌리는 구조라 알뜰폰 사업자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메타버스나 AR·VR, 자율 주행 같은 분야가 아직 일상에서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 쓰임새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앙지검, 명태균 관련 ‘尹대통령 부부 고발’ 창원지검 이송
- 주말 한파주의보급 추위…다음주까지 초겨울 추위 이어져
- [속보] 尹 대통령-시진핑, 페루서 2년만에 정상회담
- ‘북한강 시신 유기’ 양광준 동문 “동상 걸린 후배 챙겨주던 사람…경악”
- 권익위 “尹정부 전반기 26만명 집단 민원 해결”
- 수험표 배달에 수험생 수송까지...“콜택시냐” 경찰 내부 불만 나왔다
- Trump team plans to end EV tax credit, potentially hurting Korean automakers
- ‘해리스 지지’ 유명 배우 “미국 디스토피아, 떠나겠다”
-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도 시세 변동만 반영...현실화율 69% 동결
- 野 ‘이재명 무죄’ 법원 총집결에... 한동훈 “뻔뻔함 수준 넘어, 나라 망가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