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비용만 줄이면 ‘효율적’일까… 자원을 낭비 없이 사용해야 해요
모두 활용하는 상태가 가장 효율적
하나를 더하려면 다른 건 양보하는
‘상충 관계’ 고려해 최선의 선택해야
● 경제 영역 칭찬은 ‘효율적이다’
경제 영역에서는 ‘알뜰하다’는 칭찬 표현이 있습니다. 영어로 하면 ‘이코노미컬(economical)하다’일 겁니다. 항공기 좌석 중 가장 대중적인 등급이 이코노미석입니다. 또 자동차 주행 모드 중 에코(eco) 모드는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친환경(ecological) 모드가 아니라 연료소비량을 줄여 연비를 향상시키는 절약형(economical) 모드입니다.
비행기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송하는 게 우선이지 꼭 좌석이 넓을 필요가 있을까요? 자동차는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되지 굳이 힘차게 질주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경제적’이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알뜰하다’, ‘검소하다’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경제적’이라는 표현에는 항공 운임이든, 기름값이든 뭔가를 아낀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아끼고자 하는 대상을 경제학 용어로는 ‘비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행기나 자동차 이용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이익, 만족감 등 얻고자 하는 걸 ‘편익’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경제 영역에서 ‘잘했다’는 칭찬은 동일한 편익인데 비용을 줄이거나 아니면 동일한 비용인데 편익을 늘렸을 때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경제학 용어로 좀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효율적이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효율적인 정도를 ‘효율성’이라고 부르고 ‘비용 대비 편익’이나 ‘가성비’, ‘연비’ 등의 숫자로 계산하기도 합니다.
● 효율적=낭비가 없는 상태
그런데 효율성이란 경제적 가치는 다소 논쟁적이기도 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심미안이 포함되면 효율성은 아름다움까지 포함하는 가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식으로 목적과 결과만 중시하면 올바르고 의미 있어야 할 수단과 방법이 경시될 수 있습니다. 자칫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수단까지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잘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칭찬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이제 효율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경제에서 ‘효율적’인 것은 특정한 결과 값이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여러 상태를 지칭합니다. 쉽게 말하면 ‘모든 자원을 낭비 없이 활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더하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는 빼야 하는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이를 ‘상충 관계’, 영어로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라고 합니다.
● 수학-영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예를 들겠습니다. 갑돌이는 중학생입니다. 성적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에 여름 방학 동안 개인 공부 계획을 세워 실천했습니다. 갑돌이는 하루에 수학 2시간, 영어 3시간씩 매일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2학기 성적은 마음먹은 대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영어를 1시간씩 더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방학에 매일 수학 2시간, 영어 4시간씩 개인 공부를 하기로 합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갑돌이는 여름 방학 때 하루 개인 공부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나요? 답은 “아니요”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근거로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효율적인 상태는 모든 자원의 낭비가 없는 상태입니다. 시간도 자원이기 때문에 갑돌이가 효율적으로 공부했다면 개인 공부 시간을 모두 활용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상태였다면 갑돌이는 영어 공부 1시간을 추가하기 위해 수학 공부 1시간을 줄였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갑돌이가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담 결과대로 수학 2시간, 영어 4시간이 가능하다면 갑돌이의 여름 방학 공부는 비효율적인 상태였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제 갑돌이가 겨울 방학 동안에 효율적인 상태에 도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수학 2시간, 영어 4시간 공부만 효율적인 학습 비율일까요? 아닙니다. 수학 1시간, 영어 5시간도 효율적이고 수학 3시간, 영어 3시간도 효율적이며, 수학 4시간, 영어 2시간도 효율적인 상태입니다. 이제 ‘효율적인 상태’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나요?
갑돌이가 개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 자원은 하루에 총 6시간이고 그 6시간을 낭비 없이 활용했다면 그 비율이 어떻게 되든 갑돌이는 효율적으로 학습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겁니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했다는 의미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네요.
이제 ‘효율성’이 가지고 있는 냉정하고 결과 중심적이라는 나쁜 어감이 다소 완화되는 것 같나요?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건 최고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 글을 읽는 각자가 본인이 가진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점검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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