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부산형 건강 업’으로 활기찬 동네 만들기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24. 2.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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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밀착 건강증진사업, 市 ‘마을건강센터’ 성과
사회적 관계망도 아울러…건강한 노인공동체 꾸려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부산시에는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조직이 있다. ‘마을건강센터’라는 곳이다. 부산시 전역 75곳의 마을건강센터에는 48명의 담당자, 75명의 간호사, 75명의 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마을건강센터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주민밀착형 건강증진사업을 벌인다. 마을간호사, 마을건강활동가가 상주하면서 주민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건강 상담과 건강공동체 형성을 진행한다. 또 이웃 간 연결을 통해 지역 간, 지역 내 건강 격차 해소와 주민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부산시가 건강특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마을건강센터들이 각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센터를 통해서 실질적인 지역 간 건강 형평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부산시는 조례 7조에 근거해 건강도시사업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 시민건강국 이소라 국장은 건강정책과를 통해서 건강도시사업지원단을 행정 지원하고 있으며, 건강도시사업지원단 윤태호 단장과 함께 마을건강센터와 지역의 병원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협력해 어르신들이 더 건강하고 활력 있게 지역사회에서 지내실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지난해에는 연제구 남구 동구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해 총 104명에게 신체적 노쇠 및 근감소증, 우울감,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고 그 중 50명에게 노쇠 관련 교육, 운동 영양 낙상 우울,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체 교육을 실시했다. 사업 기간 동안 검사 측정 시간이 길고, 주민이 몰릴 때에는 대기줄이 길어져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이를 설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가 하면 노쇠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껴 참여를 꺼리는 분이 있는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역 어르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시범사업을 마칠 수 있었다. 시범사업의 성과로 연제구 거제동의 경우 근감소증이 없는 정상 범위에 속하는 어르신이 58.8%에서 71.4%로 향상됐고, 기능적 근감소증이 있는 대상자는 11.8%에서 7.1%로 줄어들었으며 근감소증 대상자는 29.4%에서 21.4%로 감소했다. 시범사업 이후 중재 기간이 6주로 짧아서 어르신들이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기간을 늘리자는 의견도 있었고, 마을건강센터 내 간호사나 활동가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새롭게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다.

올해는 마을건강센터 대표사업으로 ‘건강 업(UP) 사업’이라는 혁신적인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넘어 우울감 완화와 사회적 관계망 강화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마을건강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해 진행되는 이 사업은 우리 동네를 활기 넘치는 건강 공동체로 만들어갈 것이다. 부산대병원 김창원 공공의료 부원장과 양산부산대병원 신용일 부원장도 부산시의 건강 업 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밝히며 의료서비스가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접점으로서 마을건강센터와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신체적 노쇠 평가와 근감소증 평가에 대한 교육, 중재 프로그램 매뉴얼 개발, 협력 병원 교육 등은 부산대병원이 담당하고 마을건강센터에서 수집된 자료를 통해서 병원의 조기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지역의 협력병원에 의뢰하는 형태다.

65세 이상이면서 지난 일주일간 모든 일이 종종 또는 대부분 힘들게 느껴진 경우, 타인의 도움없이 혼자서 쉬지 않고 10개 계단을 오르는게 힘든 경우, 운동장 한바퀴(400m) 정도 걷기가 어려운 경우, 지난 7일간 숨이 차거나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의 신체활동을 1회 이상 하지 않은 경우, 지난 1년 동안 의도적으로 체중감량을 하지 않았는데 4.5kg 이상 감소한 경우 등 이 5가지 질문에 3개 이상 해당하는 경우는 노쇠에 해당할 수 있다. 부산에 사는 분들은 노쇠에 대한 걱정이 있거나 자신의 상태가 궁금한 경우, 이웃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서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을 때는 마을건강센터로 찾아가보길 바란다. 부산시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 마음껏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부산의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노인들이 건강하게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건강 업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며, 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가 유기적으로 만나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었으면 한다. 데이터 기반으로 공급자 중심이 아닌 노인 중심의 종합 서비스가 지역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발된다면 마을건강센터를 가진 동네를 부러워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민이 함께 만드는 모두가 건강한 마을, 마을건강센터가 부산의 모든 마을에 확대되어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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