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m 상공까지 미세먼지 가득, 대기정체에 심해져”

태안=김예윤 기자 2024. 2.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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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가득한 모습이네요."

말을 듣고 보니 실제로 상공 600m가량에 걸쳐 있는 하얀 띠 위는 푸른 하늘이었지만 아래는 미세먼지가 가득해 뿌연 모습이었다.

이날 본보 기자는 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항공 관측 현장에 동행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돼 충남과 수도권을 비롯한 상당수 지역의 미세먼지가 종일 '나쁨'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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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학원 서해 항공관측 현장
中서 유입도 늘며 연일 ‘나쁨’ 상태
발전소 인근선 수치 20배 치솟아
“中과 저감협력-대체에너지 개발을”
지난달 31일 본보 김예윤 기자(위쪽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관측용 항공기에 탑승해 공기 중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항공기는 충남 태안군 한서대 비행장에서 이륙해 서해안 상공을 비행하며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아래쪽 사진은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인근 산업단지의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연기 위 하얀 띠처럼 보이는 부분은 미세먼지가 뭉쳐 있는 아래층과 그 위 대기층의 경계선이다. 태안=이훈구 ufo@donga.com·김예윤 기자
“미세먼지가 가득한 모습이네요.”

지난달 31일 충남 태안군 상공 800m 지점. 국립환경과학원 항공기 내부에서 박진수 연구관이 하얀 띠 형태의 공기층을 가리키며 “저 띠 아래 미세먼지가 집중적으로 뭉쳐 있다”고 말했다. 말을 듣고 보니 실제로 상공 600m가량에 걸쳐 있는 하얀 띠 위는 푸른 하늘이었지만 아래는 미세먼지가 가득해 뿌연 모습이었다. 박 연구관을 포함해 항공기에 탑승한 연구관 3명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관측 장비에 올라온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 굴뚝 지나자 미세먼지 그래프 치솟아

이날 본보 기자는 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항공 관측 현장에 동행했다. 기자와 연구관들을 태운 항공기는 오전 9시 45분경 충남 태안군의 한서대 비행교육원 활주로에서 이륙했다.

기체는 이후 산업단지와 제철소, 화력발전소 등이 몰린 태안군과 당진군 일대 상공을 1시간 30분가량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이 항공기는 대기 중 미세먼지를 빨아들인 뒤 실시간으로 입자 크기와 종류, 개수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기체가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인근을 지나자 관측 장비 모니터 속 수치가 20배가량 치솟았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이 급증했다는 의미였다. 박 연구관은 “과거에는 미세먼지 주요 성분이 흙먼지였는데 최근에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발전소 연기 등 고열의 연소 과정을 거친 성분이 늘었다”며 “2000년대 이후 중국이 서해 해안가에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이 같은 굴뚝에서 나온 오염 물질이 한국으로 대거 날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날은 며칠째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 낮 최고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 포근한 한편 대기는 흐르지 않고 정체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돼 충남과 수도권을 비롯한 상당수 지역의 미세먼지가 종일 ‘나쁨’ 상태였다.

미세먼지 입자 크기를 살펴보던 박 연구관은 “입자 크기가 큰 건 중국에서 날아온 물질이고, 작은 건 국내에서 발생한 물질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미세먼지 2년 연속 악화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간 줄어들던 미세먼지는 지난해부터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전국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9년 12월∼2020년 3월 m³당 24.4μg에서 2021년 12월∼2022년 3월 23.2μg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2023년 3월 24.6μg으로 전년 대비 6% 늘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당시 도입했던 이동제한을 풀고 석탄 발전소들을 재가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환경과학원은 올겨울에는 엘니뇨까지 더해 미세먼지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미세먼지를 머금은 남서풍이 불기 쉬워지는 반면 미세먼지를 줄여줄 차가운 북서풍은 덜 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미세먼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외 요인을 줄이려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영웅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중국과의 미세먼지 저감 협력이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 가동을 더 줄이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이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국가 간 대기오염물질 이동 연구 등 아시아 대기 질 국제공동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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