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일본의 ‘대의사(代議士)’ 호칭
일본 국회의 공식 영문 표기는 “the National Diet of Japan”이다. 영어 원어민들도 diet에 의회라는 뜻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에는 도쿄 지하철을 탄 외국인들이 “National Diet Bldg.(국회의사당)역”을 보고 일본인들이 날씬한 이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는 농담이 있다.
일본 의회가 diet로 불리게 된 것은 메이지 헌법이 프로이센 사례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국의회’는 프로이센의 입법기관인 ‘Reichstag(라틴어 Dieta Imperii)’를 본뜬 것인데,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Imperial Diet’가 된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명으로 소집되던 ‘제후회의’에 기원을 두고 있는 diet는 일부 중부 유럽국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만큼 의회 명칭으로 사용하는 나라도 극소수다.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 구시대 명칭을 현대 일본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일본에서는 국회의원을 ‘대의사(代議士·일본 발음 다이기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 그대로 ‘국민을 대표하여 공적인 일을 논하는 자’라는 뜻이다. 의원(議員)이 ‘의회의 일원’이라는 뜻이고 영어 ‘legislator’도 입법자 정도의 뜻임을 감안할 때 대의사는 대의민주제의 본질과 국회의원의 직무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창의적인 호칭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의사는 보통 중(衆)의원 의원을 칭한다. 귀족원의 후신으로 간주되는 참(參)의원 의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의회제 도입 당시 신분, 특권으로 주어지는 지위가 아니라 교양, 지식, 덕성 등의 자격을 갖추어 선출된 국민 대표라는 뜻으로 사용된 역사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총선 시즌을 앞둔 한국은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후끈하다. 선거를 민주주의 축제라고 한다지만, 소위 ‘금배지’를 향한 욕망의 향연이기도 하다. ‘의원’을 넘어 ‘대의사’라는 호칭에 걸맞은 정치인을 골라내는 유권자의 안목이 대의민주제 성공의 필수 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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