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잃은 상인들 “임시 시장 하루빨리 개장을”

이정훈 기자 2024. 2.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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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수산물 특화시장 화재 그 후
지난달 292개 점포 중 227곳 전소… 감식 마무리 안돼 현장 그대로 방치
재건축에 최소 18개월 소요 예정… 임시 시장 개설도 두 달 뒤로 미뤄져
충남도 “의견 반영해 빠르게 추진”
1일 찾은 충남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은 지난 화재 현장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시장 곳곳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위 사진). 시장 뒤편에선 경찰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상인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장사를 다시 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 달라는 것입니다.”

1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서천시장)에서 만난 김상헌 씨(59)는 화마가 휩쓸고 간 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과거 서천시장 시절부터 3대째 이곳에서 생활잡화를 판매해 왔다. 그러나 앞선 화재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잿더미로 변한 시장 주변을 매일 맴돌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일부 금전적 지원을 받았지만, 사실 하루 자잿값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장사를 재개하는 것이다. 이곳엔 나처럼 평생을 몸담고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상인들의 심정은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 갈 길 먼 시장 재건축에 속타는 상인들

지난달 22일 오후 11시 8분경 서천시장에는 큰불이 나면서 292개 점포 가운데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 227개가 모두 전소됐다. 화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0여 일이 됐지만, 여전히 서천시장 건물은 검게 그을린 채 뼈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채 시장 주변으로는 노란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고, 통제선 뒤로 보이는 가게 모습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상태였다. 곳곳에 설치된 안전 펜스에는 ‘붕괴 위험에 따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과 ‘무단 출입 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들이 붙어 있었다. 주차장에는 심리상담 치료를 위해 ‘국립공주병원 충청권 트라우마센터’ 문구가 적힌 대형 승합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상인들의 발걸음은 거의 없었다. 막막한 현실 앞에 놓인 상인들의 마음은 이미 숯덩이처럼 검게 그을려 심리상담을 받을 여력이 없어 보였다.

시장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의 마음도 비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거주 중인 서정희 씨(55)는 “매일 시장 주변엔 경찰차가 다니고 있고, 녹색 민방위복 차림을 한 이들이 무엇을 하긴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참사 당일 그 모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을 찾았는데, 새까맣게 타버린 채 방치된 모습을 보면 덩달아 우울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장 재건축을 위해선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감식 등이 마무리돼야 하지만 아직 종료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감식 종료 후에는 화재 보상 담당자들의 현장 확인 일정까지 남아 있다. 새로운 시장을 건축하려면 철거부터 설계, 시공 등 짧게 3단계 행정 절차가 남아 있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충남도에선 1년 6개월 내 시장 복원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건축 공사는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다. 도에선 철거와 재건축에 4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예산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어 시장 재건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시공업자가 재원 조달, 설계와 시공 등의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는 방식인 일괄수주 계약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임시 시장 개설도 난항

상인들이 원하는 임시 시장 개설도 최소 두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달 초까지 충남도 예비비 20억 원과 군비 50억 원을 투입해 특화시장 동쪽 주차장 터에 ‘임시 상설시장’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천군은 ‘돔 텐트 방식’으로 임시 시장 개장을 고려했지만, 충남도가 임시 시장을 1년 이상 사용해야 돼 돔 텐트보다 내구성이 강한 ‘모듈화 공법’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임시 시장 개장 지연 사태가 빚어졌다.

또 상인들까지 해당 터가 비좁고, 특히 수산물 판매인들의 경우 수조 등 보관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거론된 방식으론 영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하며 협의도 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상인들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절한 시설과 규모의 임시 시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받아 조속히 임시 시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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