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 3父子 나란히 법정에…檢, 비자금 82억 용처 정조준(종합)

건설업체 대표 장남 구속기소, 父·차남·임직원 2명 불구속기소

- 협력업체와 허위계약 체결 뒤
- 공사대금 현금으로 돌려받아
- 법인세 13억 원 포탈 의혹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 일동의 오너 삼부자(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8면 등 보도)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82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검찰이 향후 비자금의 용처를 놓고 고강도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나희석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건설사 일동의 김모(56) 대표를 1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모(89) 회장은 김 대표와 같은 혐의로, 이 회사의 사내이사인 김 대표의 남동생과 회사 임직원 2명은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일동의 부자 셋은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됐다.

공소사실을 보면 김 대표는 2014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회삿돈을 빼돌려 82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더불어 약 13억 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김 회장도 김 대표의 범행에 가담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일동 오너 일가는 협력업체와 허위 계약을 체결하고 지급한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돌려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비자금 중 일부를 개인 명의 계좌에 입금해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13억 원 상당의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본다.

이들이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는 약 82억 원으로 공소장에 특정됐다. 이에 따라 검찰의 향후 수사가 비자금의 용처를 밝혀내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공직사회는 바짝 긴장한다. 검찰은 금융기관은 물론 최근 압수수색을 한 울산시와 양산시 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수사 결과는 아직까지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울산시와 양산시 공무원이 일동의 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고 수백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고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날 일동 일가를 기소하면서 “금품 수수자 등의 혐의도 계속해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동 삼부자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는 김 회장이 김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장남인 김 대표는 2002년 경영권을 물려받아 회사를 운영했다. 김 회장은 2015년 김 대표의 사내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김 대표의 누나에게 지분을 김 대표에게 양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2020년 김 대표가 사임하고 대표직을 김 이사가 이어받으면서 김 회장과 김 대표 간의 갈등이 세간에 회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 대표가 지분과 대표 이사 자리를 되찾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2022년 10월 김 회장은 회사 명의로 김 대표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고소했지만 결국 본인도 구속된 아들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에 기소된 사건과 별개로 김 대표도 김 회장과 김 이사를 고소해 현재 부산경찰청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