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달 발표”

김은정 기자 2024. 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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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동차 ‘만년 소외주’ 급등
흥국화재 상한가, 한화손보 17%↑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1일 ‘비상 거시 경제 금융 회의’에서 “미흡한 주주 환원과 취약한 지배 구조를 개선해 우리 증시 매력도를 높일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적극 나선다는 뜻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확대하도록 상장 기업을 압박해 증시를 부양한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내용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작년 4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인 저평가 상장사들에 기업 가치(주가)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요구했다. 이후 상장사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쏟아내며 일본 증시는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불이 붙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선 대표 저PBR주로 꼽히는 금융, 자동차주(株)가 급등했다. 흥국화재가 상한가(30% 상승)를 기록했고, 한화손해보험이 17%, 삼성생명이 10% 상승했다. JB금융(10%)과 KB금융(8%)도 크게 올랐다. 현대차(7%), 기아(3%)도 강세였다. 업계에선 ‘만년 소외주’들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덕분에 미국 고금리 지속 우려에도 이날 코스피는 1.8% 올랐다.

투자자와 증권 업계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골라내기에 분주하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으로 내놓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저평가 종목을 미리 발굴하려는 것이다. 증시에선 장부 가치보다 주가가 낮아 PBR이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본다. 1일 한화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 업종의 PBR이 0.3배로 매우 낮고, 은행·보험(0.4배), 철강(0.5배), 건설(0.6배), 자동차(0.6배), 정유(0.6배), 증권(0.6배) 등도 저PBR 종목으로 꼽힌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5% 가까이 하락했는데도 저PBR주엔 수요가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지수 28개 중 올해 상승률이 높은 상위 1~4위는 모두 금융 관련 지수였다. KRX 보험 지수가 13% 올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KRX300 금융(12%), KRX 증권(9%)이 뒤를 이었다. KRX 자동차(3%)와 KRX 운송(2%) 등도 강세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언급한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 이후 2주 사이 주가가 두 자릿수 급등한 종목도 상당수다. 이 기간 금융주 중에선 제주은행이 75% 올랐고, 흥국화재(50%), 하나금융(25%), KB금융(23%)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기아 주가는 21% 올라 지난달 31일엔 ‘형님’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6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유통주 중에선 최근 2주간 영원무역이 30% 올랐고, 현대백화점(26%), 신세계(13%) 등도 주가가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저PBR주가 대체로 반등하는 분위기이지만, 선별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기업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배당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부 산업은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됐거나 경기 흐름에 민감해 저평가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며 “저PBR주 중 이익 흐름이 양호한 자동차, 은행 등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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