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연속 동결’ 파월… ‘3월 인하’엔 선긋기

황지윤 기자 2024. 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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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금리인하 시기는 5월에 무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유지했다. 지난해 9·11·12월에 이어 4회 연속 동결이다.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를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주지 않았다.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무너지자 연일 가파르게 오르던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FOMC의 결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FOMC에선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4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했다. /AP연합뉴스

◇4연속 기준금리 동결, 3월 인하엔 ‘선 긋기’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가 3월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3월이 기본 가정(base case)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등 발언으로 선 긋기에 나섰다. 이어 “지난 6개월간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충분히 낮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승리를 선언할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주요 외신과 투자은행(IB)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내 금리 인하는 가능하지만 임박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시티·노무라증권 등은 “인플레이션 2% 근접 확신이 더 강해질 때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관심이었던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축소도 없었다. QT란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내다 파는 방식으로 시중 자금을 거둬들이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금리 인하와 함께 QT 축소가 병행돼야 통화정책의 기조가 본격적인 완화로 바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계획대로 국채와 기관채, 주택저당증권(MBS) 보유량을 계속해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2022년 9월부터 매달 최대 950억달러(약 128조원)의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QT를 진행해왔다. 다만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논의가 있긴 했다”고 말해 3월에 QT 축소를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래픽=양진경

◇5월 인하론에 무게, 한은 “긴축 기조 유지”

고금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예측 사이트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반영된 3월 FOMC 금리 인하 확률은 36%로 확 꺾였다. 한 달 전 73%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첫 인하 시기는 5월(확률 59%)에 무게가 실린다.

증권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은 전일 대비 1.6% 내린 484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 내린 1만5164에 마감했다.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파월은 “금리 인하는 앞으로 나오는 지표를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제지표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는 피곤한 시장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곧 발표가 예정된 경제지표로는 2일 미국 노동부의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있다. 고용지표가 둔화하면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다. 월가에서는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달보다 3만5000명 줄어든 18만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3.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금리 인하 속도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연설에서 “물가가 3% 밑으로 가면 경기를 위해 금리를 낮추라고 하지만, 미국·유럽이 빨리 내린다고 해서 우리가 더 빨리 내릴 상황은 아니다”라며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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