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80] 쓸쓸해지는 중국의 대문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4. 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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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을 일컫는 한자어는 천애해각(天涯海角)이다. 하늘 가장자리, 바다 끄트머리 정도로 옮겨도 무방하다. 중심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장소다. 중국 하이난(海南)에는 실제 이런 지명도 있다.

벼슬아치로 생활하다 좌천당해 먼 곳을 떠돌았던 옛 관료와 문인들이 시문(詩文) 등에서 자주 쓴 단어다. 이런 변두리를 지칭하는 대표적 한자가 변(邊)이다. 우리도 잘 쓰는 글자이지만, 본래 글자꼴은 평범치가 않다. 뼈만 남은 사람의 몸이 어딘가에 걸려 있는 모습이다. 사람 시신을 걸어 외부 악령(惡靈)의 틈입을 막는 주술적 행위에서 비롯했다는 일본 유명 학자의 풀이가 있다. 그 맥락에서 한 지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글자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변두리의 경계선이 변경(邊境)이다. 나라의 바깥 둘레를 이루는 지역은 변강(邊疆) 또는 변방(邊方)으로 적는다. 경계를 이루는 곳의 땅을 변지(邊地)라거나 변역(邊域), 변토(邊土)라고도 한다. 그곳을 지키는 일이 변수(邊戍)다.

조선시대 비변사(備邊司)의 이름도 그 흐름이다. 적군의 변경 침입을 막기 위한 기관에서 출발했다. 국경 일대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비해 만든 군대 주둔지는 변진(邊鎭), 그곳에 있는 군대는 변군(邊軍)이라고 한다.

중국 또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공항, 항구 등에서 출입국 검사를 한다. 요즘은 점차 그곳의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한다. 중국식 표현으로는 출입국 지점을 통제한다는 뜻의 변방(邊防)이나 변공(邊控)이다.

‘문제’가 있다고 보는 내외국인의 출입국을 막는 중국 당국 조치가 잇따라 화제다. 게다가 외국인도 대상으로 삼는 반(反)간첩법이 가세한다. 중국을 드나드는 사람들 발길이 더 줄어들 듯하다. 한때 문전성시(門前成市)였던 중국의 각 대문이 이제는 쓸쓸하게 변해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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