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채용 등 보장받고 지방근무 ‘지역필수의사’ 추진

박성민 기자 2024. 2. 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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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대책]
정부, 필수의료분야 10조 이상 투입
의사 부족에 내년도부터 의대 증원
尹 “일부의 저항에 개혁 후퇴 없을것”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여덟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르면 내년부터 장학금과 전공의 수련비용, 주거 지원, 교수 채용 등을 보장받고 전문의 취득 후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이 추진된다. 필수의료 분야에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 제한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고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4대 개혁 패키지’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할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이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2035년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란 수급 전망을 토대로 내년도부터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증원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수급 전망을 감안할 때 10년간 연평균 1500명 이상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의료계에서 상당히 반발하겠지만 이번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거라 보고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개혁 패키지에는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및 의대생이 3자 계약을 맺고 지방에서 일정 기간 일하게 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의사와 의료기관들이 의무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 필수의료 분야 수가 집중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의대 정원 10년간 年평균 1500명 늘릴듯… 의료사고 면책 확대

정부 필수의료 강화案 발표
정부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 지역근무 희망 의대생에 교수 보장”
소속병원 아닌곳 순회진료도 도입… 의료계 “면책 확대” 환자단체 “특혜”

정부가 1일 발표한 의료 개혁 방안은 ‘고위험, 고강도, 저보상’으로 요약되는 필수의료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보건복지부 전망에 따르면 2035년에 국내에서 부족한 의사가 1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의대 정원을 연평균 1500명 이상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의대 신입생들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때까지는 10년 이상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방 등 의료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지역필수의사제와 퇴직 교수 등을 활용하는 공유형 진료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 ‘지역필수의사제’ 수도권 집중 막을까

정부는 지방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 장기간 지역에 근무할 의향이 있는 의대생에게 장학금과 수련 비용 등을 지원하고 교수 채용과 주거 지원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은 의대 입학 때 지역 의사를 따로 선발해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와 달리 지방 근무 의사들에게 보상을 늘리는 방식으로 희망자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올 상반기(1∼6월) 신설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지역필수의사 확보에 기여하는 대학 및 지역에는 의대 정원을 더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도 현재 40% 이상에서 대폭 늘려 지방 인재들의 지방 의대 진학과 지역 정착을 유도할 방침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경남권 의대 본과 4학년인 김모 씨(27)는 “경제적 보상이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자녀 교육 등을 생각하면 수도권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황모 씨는 “해당 지역에서 태어나 의대까지 진학한 경우 좋은 조건이 보장된다면 지역필수의사제를 선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소속과 관계없이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며 진료하는 ‘공유형 진료 체계’도 도입된다. 경북대병원 의료진이 울진의료원에서 파견·순회 진료를 하거나 국립암센터 소아암 전문의가 강원대병원에 파견되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퇴직 교수 등을 포함한 ‘권역의사인력뱅크’도 도입하기로 했다.

● 의료사고 면책 두고 “의사만 특혜” 논란도

모든 의료인이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걸 전제로 의료사고에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특례법이 제정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가 된다. 다만 환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의사·의료기관이 조정이나 중재 참여를 거부했을 때는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저도 과거 의료사고 사건을 처리할 때 한 건을 처리하기 위해 영문과 국문으로 된 의료 책자를 읽어보고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다”며 “그런 준비도 없이 그냥 의사를 부르고 조사하고 압박하면 (의사들은) 다 병원을 떠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사법 처리 부담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특례법 범위에 사망사고 및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환자 단체들은 “의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환자 단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이 의료사고에 대해 환자와 유가족에게 설명과 사과를 하고, 사고 입증 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하는 입법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의찬 인턴기자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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