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가운 입고 병원 침투, 하마스 쏜 이스라엘軍···'위장 암살' 논란 '활활'

30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병원에서 이스라엘 잠입 병력이 하마스 대원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AFP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의료진과 무슬림 여성으로 위장한 채 팔레스타인이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병원에 들어가 암살 작전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서안에서 가장 불안정한 도시 중 하나인 예닌의 이븐시나 병원에서 군과 정보기관 신베트, 경찰의 합동 작전을 펼쳐 하마스 대원 무함마드 왈리드 잘람나 등 3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잘람나가 무장하고 있었다”며 권총 1정을 확보했다면서도 자세한 작전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외부에 공개된 해당 병원 CCTV 영상을 보면 약 12명의 이스라엘 측 요원이 이슬람 여성 신도들이 사용하는 머리 스카프를 두르거나 수술복, 흰색 의사 가운 등 차림을 하고 돌격 소총을 든 채 내부로 들어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료용 마스크를 쓴 사람이 장총을 들고 있고, 한 손에 접이식 휠체어를 잡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븐시나 병원장인 나지 나잘 박사는 “치료가 진행 중이던 방에서 자고 있던 세 사람의 머리에 이스라엘군이 총알을 쏴서 냉혹하게 처형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병원 대변인 타우피크 쇼바키는 “이번 일은 전례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병원 안에서 암살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영국 가디언을 통해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사살된 하마스 대원 중 바실 알가자위의 경우 지난해 10월 25일부터 척추 부상으로 인한 신체 마비 증세로 입원해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진 이후 하마스 측은 “비겁한 암살”이라며 이스라엘군을 비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병원 안에서 새로운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이스라엘군은 세 사람이 병원에 숨어 있었다며 “테러리스트 조직이 민간인 지역과 병원을 피난처와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