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한국문학사 궤적 ‘새로운 고전’ 될까

김진형 2024. 2.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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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출신 소설가·시인 전집
이태준(철원) 미발표작 수록
조카 김명열 영문학자 묶어
김동명(강릉) 저항시인 면모
“해방 의지 상징적 기법 표현”
박경리(원주) 장편소설도 출간
‘성녀와 마녀’·‘재혼의 조건’ 등

근·현대 한국문학사에 획을 그은 강원지역 문인들의 전집과 문학작품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불리는 철원 출신 상허 이태준(1904∼?)부터 원주에서 생명사상의 꽃을 피운 박경리(1926∼2008) 작가의 장편소설, 시 ‘내 마음은’으로 대표되는 강릉 출신 김동명(1900∼1968) 시인의 시 전집이다. 이들 작품이 강원문학의 뿌리를 살펴보는 동시에 여전히 독자들에게 유효한 가치로 닿을 수 있는 고전으로 읽힐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내용과 현대적 감각에 맞는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 이태준 소설가

■ 상허 이태준 전집

출판사 열화당은 최근 상허 ‘이태준 전집’ 1차분 4권을 출간했다. 이태준의 문학적 진수가 담긴 단편소설부터 그가 남긴 모든 장편과 일본어로 쓴 글, 번역문, 좌담과 평론에 이르기까지 상허의 문학세계 전반을 포괄하는 기획이다. 중·장편소설, 희곡, 시, 아동문학, 수필, 문장론, 평론, 번역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던 상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1차분은 단편을 모은 제1권 ‘달밤’을 비롯해 중편소설·희곡·시·아동문학을 엮은 제2권 ‘해방 전후’, 장편소설 ‘구원의 여상’과 ‘화관’을 묶어 수록한 제3권, 장편 ‘제이의 운명’까지 모두 네 권이다. ‘상허 이태준 전집’은 2028년까지 차례대로 4차에 걸쳐 전 14권이 완간될 예정이다. 제1권 ‘달밤’에는 상허가 생전 스스로 “내 생활에 다소 가치가 있었다면 그 가치의 화폐가 곧 이 단편들이라 해 마땅할 것”이라고 했을 만큼 자신했던 단편들이다. 55편이 담겼다. 1925년 시대일보에 발표한 등단작 ‘오몽녀’와 대표작 ‘달밤’ 등을 담았으며 작품 ‘동심예찬’은 처음 공개된다. 1946년 8월 월북 이전의 마지막 판본을 주요 원전으로 삼았으며 일제의 검열이 심했던 시기의 원고들은 최초본에 따라 복원한 뒤 편자의 주석을 달았다.

이번 전집 편찬은 상허의 조카인 원로 영문학자 김명열(84)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시작됐다. 남한에 남아있는 상허의 유일한 혈육인 김 교수는 정년퇴임 후 2015년 초부터 외삼촌의 원고를 본격적으로 정리했다. 이미 1988년 해금 이후 국내에 이태준 전집이 여러 종이 나왔고 작품 대부분이 개별 출간됐지만, 기존의 전집은 주요 작품을 선별한 선집에 가깝다는 이유로 이번 전집을 묶게 됐다. 김명열 교수는 “바르게 정리된 본문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일이자 상허의 문학을 기리는 일이므로 어렵다고 피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 김동명 시인

■ 김동명 시 전집 하권

김동명 전집 편찬위원회는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하늘(1948)’부터 ‘진주만(1954)’, ‘목격자(1957)’에 수록된 시를 이번 전집에 수록했다. 한국 사회의 면모를 두루 살핀 시인의 작품을 묶음으로써 김동명의 시 세계를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1923년 ‘개벽’에 시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주시면’으로 등단한 김동명 시인은 오랜 기간 농촌의 순수성을 그린 전원파 시인으로 분류됐의나 해설을 쓴 심은섭 시인은 그를 일제강점기의 저항시인, 군사정권에는 지사적 의분으로 항거한 종교인, 교육계에 몸담았던 민족의 예언자적 지성으로 평가한다. 현실 도피적인 지식인이 아니라 해방의 의지를 소신과 상징적 기법으로 갈망했다는 것이다. 시 ‘난초’에서 “아아 동아는 이제 또/어데로 가려노”라며 고뇌에 찬 태도를 보인다. 시집 ‘진주만’은 제국주의에 근거한 일제의 야욕이 결국 해체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번 전집 편찬위원으로는 심은섭(가톨릭관동대)·박주택(경희대)·방민호(서울대)·오형엽(고려대)·유성호(한양대)·이형권(충남대) 교수와 정과리 연세대 명예교수가 참여했다.

 

▲ 박경리 소설가

■ 박경리 장편소설도 잇달아

출판사 다산책방은 원주에서 집필활동을 했던 박경리 작가의 타계 15주기를 맞아 지난해 대하소설 ‘토지’ 특별판을 발간한 데 이어, 최근 박경리 작가의 장편소설을 잇달아 출간, 작가가 남긴 다른 걸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작품은 장편소설 ‘그 형제의 연인들’, ‘재혼의 조건’, ‘가을에 온 여인’, ‘노을 진 들녘’, ‘은하’, ‘내 마음은 호수’, ‘성녀와 마녀’ 등이다. 토지 이외에 새롭게 읽힐 기회가 없었던 박경리의 다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특히 ‘성녀와 마녀’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사로잡은 박경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상반된 두 여성이 변모해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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