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죽어있었다"…증거 없는 '바둑 이웃 살인사건' 판결은

류원혜 기자 2024. 2.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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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술 마시고 바둑을 두던 이웃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무죄를 주장했으나 결국 중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오후 11시40분쯤 제주 서귀포시 자택에서 옆집에 사는 B씨와 바둑을 두다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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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함께 술 마시고 바둑을 두던 이웃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무죄를 주장했으나 결국 중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오후 11시40분쯤 제주 서귀포시 자택에서 옆집에 사는 B씨와 바둑을 두다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지내던 이들은 사건 당일 함께 술을 마신 뒤 A씨의 집으로 이동해 바둑을 뒀다. B씨는 이튿날 오전 가슴과 목 등 9곳에 흉기를 찔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혼수상태 정도인 0.421%였다. 부검의는 "흉기에 찔리고 있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수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B씨 시신에서는 방어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에서는 두 사람의 DNA가 발견됐고, 그 외 DNA는 나오지 않았다. 흉기가 발견된 싱크대와 화장실 세면대에서는 B씨의 미세혈흔이 발견됐다.

그러나 A씨 변호인은 "B씨를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제3자의 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A씨도 "술에 취해 자고 일어나 보니 B씨가 죽어 있었다"며 "휴대전화를 찾다가 위층 주인집에 올라가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를 토대로 심리가 이뤄졌다. 범행 당일 A씨의 이웃은 '내가 너 못 죽일 것 같냐'는 등 A씨 목소리를 듣고 섬뜩한 기분이 들어 문을 잠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B씨의 상해 정도와 부검 결과, CCTV 등을 토대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타인의 범행이라면 그 제3자는 CCTV를 피해 침입한 뒤 DNA 흔적을 남기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데, 이런 가능성을 쉽게 상정할 수 없다"며 "사건 당일 피해자와 피고인은 우연히 함께 있었다. 용의주도한 범인이라면 미행 등을 통해 이를 미리 파악해야 했지만, 그런 정황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DNA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범인이 누군가 옆에서 자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세면대에서 씻고 도주했다는 건 계획 범행과 맞지 않는다"며 "제3자 침입은 합리적 의심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씨가 평소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할 만큼의 원한을 사거나 이해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상해치사 전력이 있다. 그 외에도 사소한 시비가 붙으면 격분해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다"며 "저항할 수 없던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범행 수법이 극도로 잔인하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았다. 피고인은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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